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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l 17. 2022

시가 머무는 곳

동백


추위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니었어


너를 볼 수만 있다면


뿌리 속에 있는  모든 기억을 되살려


살아 있는 신호를 보내려고


흰 눈 속에 시린 발 세우고


빨개진 얼굴을 내밀었어




파란 무리들 속에 묻힌 모습을 스쳐 지나칠까


한 번쯤이라도 수줍은 마음 들켜보려고


몸속에 묻힌 향기를 빨갛게


깨우고 있는 중이야




아린 가슴에 얼굴을 묻고


꿈샘을 탐하는 동박새야


박힌 부리 빼서


가는 님 서럽지 않게


노래 한곡 부르렴 아




투두둑 떨어지는 설움 밟고


떠나가는 길섶에 떨어진 붉은 심장


그 울음 떨쳐내려고 서둘러 가는 님아


뒤돌아보다 넘어지지 말고


이곳 동백섬을 영영 버리고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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