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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Jul 06. 2023

시가 머무는 곳

코스모스

늘어진 언덕에 가을이 오려는가


예쁜 단추 정갈이 채우고


온 힘을 발부리에 모아


가는 몸을 치켜세운 슬픈 여인




가슴에 예쁜 꽃 자석을


한 조각씩 맞춰 들고


누군가를 이끌어 가는


가을 여신이여




자꾸만 끌려가는


갈바람이 흐르는 들녘으로


연분홍 향기가 머물렀던 그 자리


그 누구의 옷깃을 잡고 섰는가


가녀린 바람에도 휘청이는 슬픔 뒤로


눈물에 얼룩진 옷고름



사처에 흩뿌려진 꽃잎들


가슴 저리게 흩날리는 날개 끝에


투명하게 비친 얼을 담아도


텅 비어버린 속에 렁이는 울먹임



바람에 뒹구는 저 찬란한 얼굴들이


이 가슴을 사정없이 흔드는 것은


긴 세월 울어도 놓지 못하는


다 풀 수 없는 서러움 때문이런가



다시 오지 못 하는 그 모습


이 꽃들의 흐름 속에서 떠올리며


그들의 슬픔을 보아버려서


휘청이는 가는 허리


함부로 곁들 수가 없어


그냥 함께 이 가을 속에서


무거운 꽃들의 사연을


가볍게 흔들어 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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