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언덕에 가을이 오려는가
예쁜 단추 정갈이 채우고
온 힘을 발부리에 모아
가는 몸을 치켜세운 슬픈 여인
가슴에 예쁜 꽃 자석을
한 조각씩 맞춰 들고
누군가를 이끌어 가는
가을 여신이여
자꾸만 끌려가는
갈바람이 흐르는 들녘으로
연분홍 향기가 머물렀던 그 자리
그 누구의 옷깃을 잡고 섰는가
가녀린 바람에도 휘청이는 슬픔 뒤로
눈물에 얼룩진 옷고름
사처에 흩뿌려진 꽃잎들
가슴 저리게 흩날리는 날개 끝에
투명하게 비친 얼을 담아도
텅 비어버린 속에 술렁이는 울먹임
바람에 뒹구는 저 찬란한 얼굴들이
이 가슴을 사정없이 흔드는 것은
긴 세월 울어도 놓지 못하는
다 풀 수 없는 서러움 때문이런가
다시 오지 못 하는 그 모습
이 꽃들의 흐름 속에서 떠올리며
그들의 슬픔을 보아버려서
휘청이는 가는 허리
함부로 곁들 수가 없어
그냥 함께 이 가을 속에서
무거운 꽃들의 사연을
가볍게 흔들어 비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