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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Oct 20. 2022

시가 머무는 곳

삶의 벽지


내전으로 엉망이 된 상처를 끄러 안고


삶의 비상구


그곳으로 가기 위해


작아진 몸체를 움직인다




누구에게도 들킬 수 없는


피투성이가 된 자아를


작은 소리에 담근 채


다 커버린 몸뚱이를 옮기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시간




휘청이는 낮은 발걸음도


찢어지는 얇은 종이장에


스쳐도 피가 돋치는 파삭한 계절


작게 오므라든 나를 둘러업고


허둥지둥 떠나간다




열린 귀 막지 못하고


끝내는 잠든 모두를 깨우며


소란스러운 행보로 찬 공기를 부서뜨리며


조금만 견디면 닿을 것 같아


더 서두르는 발걸음들의 부딪히는


여기저기서 닮은 움직임 소리


서로에게 가려진 속에 갇혀


좀처럼 좁힐 수 없는 마음의 길


이질적인 괴리감으로 닿을 수 없는


그 사이로 걸어가는 시간


바람결은 새벽 별을 모아


또 다른 행성을 만들려고


시린 손 펼치고


푸르름은 잠꼬대 같은 부름으로


하얗게 굳어진 채


나락 끝에 매달린 꿈을 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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