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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Mar 12. 2023

시가 머무는 곳


나의 섬에는


새가 물어다 놓은


씨앗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에


살아 있는 듯 흔들리고 싶은 양


춤추는 자세가 애처로워


눈물이라도 몇 방울


여우비처럼 뿌려주고 싶은데




마주 보는 꽃그림자의 웅얼거림에


하지 못했던 수줍은 마음  


고해보려고 입 벌려


굳어진 마음도 열어보다




반쯤 열리다 만 입새로 신음 같은 말들이


꽃의 흔들림 따라


한 세기 준비했던 고해성사를 풀어내려다


뜸 드리는 입술은 실룩거림으로 멈추고




끝 간 데 없이 사라진


화양연화 그 소절


누구도 몰래 적어둔 사연


기억 속에서 지워지고




창을 향해 쪽잠을 꾀는


고양이 웅크린 모습이


방바닥 그림자를 포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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