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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희선 Sep 10. 2023

시가 머무는 곳에

시간은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모르는 척하기로 했다


보고 싶다는 말이


얼마나 큰 위안으로 다가 갈지


아니 얼마나 무겁게


가슴을 누를지


그래서 그냥 서로 투명하기로 했다




일몰이 불게 타고 있을 때


일출을 꿈꾸는


해의 이글거리는 붉은 열망을




별이 빛나는 밤을 지나


아침 이슬로 떨어지는


별똥별의 낙담을




그냥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다


홀연히 사라지듯이




별이 밤의 심층에서


깜 밖 깜 밖 졸다가 사라지듯이


그냥 그렇게




중천에 뜬 해가


어느덧 저녁노을에


진붉은 옷자락을 날릴 때


문뜩 그런 날이 있었음을




타는 노을이 가슴에


뜨거운 것을 올리 밀 때도


그냥 그렇게 그리움은


멍울처럼 울다가 사그라드는




그냥 잠이나 자다가


눈물 없이 조용히


마른 울음 잘근잘근 씹다가


그렇게




잦아드는 것 뜨거운 것


힘든 시간이


가위로 누리울 때




바람은 어디로 어떻게 사라졌을까


그런 바람의 거처를 궁금해하다가


허우적거리는 손에 만져지는 허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조차


욕 될 것 같은 이 시간들을


잠재우며 잠재우며




이렇게 고요가 고요를


감싸는 날에는


그냥 시간이 시간을 건너가듯이


그렇게 시간에 잠기고 싶다


그렇게 시간 속으로 투명하게


아무도 모르게


어쩌면 처절하게 무너지는


몰락을 외면한 채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는


또 다른 구원의 절규 속에서 찾는


평온한 아침을 그리며


시간은 시간 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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