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 (편지)

편지

by 강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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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 가을에 보내려고
노오란 종이 우에
적어놓은 빨간 사랑을
그대는 보았습니까

마알갛게 사라져 가는
바람의 흐느낌을
갈가리 찢어서
갈대밭에 휘갈겨놓고도

아직도 남아있는 응어리는
갈바 뼈 사이에
불혹처럼 자라서
살을 갈아먹고 있습니다

늦어도 이 계절만큼은
풀어서 보내야 하는 매듭입니다

풀다가 손톱이 빠지더라도
하얀 속살을 파고들기 전에
그 매듭을 풀어서 보내려고
밤잠을 설쳤습니다

노오란 종이가
하얗게 바래져도
빨갛게 찍힌 도장지가
핏빛처럼 묻어날 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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