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머무는 곳(바람이 전하는 말)

바람이 전하는 말

by 강희선

바람이 전하는 말

바람이 지나가면서 흘리고 간 말들이
꽃으로 피었습니다

추웠던 그 동네를 걸쳐 오느라
손발이 다 오그라 들어 말랐어도
지난가을에 씨앗에게 남긴
봄바람 한 줄기 심어주겠다던

그 약속을 붙잡고
험난한 풍경들을 지나왔노라고

잎새 떨어진 가시나무를 안고
한나절을 울고 나니 가슴은 다 찢기고
부은 눈 감고 바위 밑이

얇은 몸 뉘이고 있는 동안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보았다고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것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전설 같은 이야기를 흘리고

곧 다가 올 꽃샘추위 피하지 못하고

때 이르게 핀 아기 꽃

상처 받을라

울먹이며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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