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카페에 들렀는데 테이블마다 꽃이 있었다. 아내가 너무 좋아하더라. 왜 그렇게 좋냐고 물었더니, 조화가 아닌 생화라서 진짜라서 좋다고 한다. 그래서 진짜는 뭐가 다르냐고 물었다.
"향이 나고, 자연스럽고, 가까이 보고 싶어."
오. 내가 아는 '진짜'들은 정말 그랬다. 아내와 대화를 이어나가니 드라마된 웹툰 '미생' 이야기도 나오더라.
1. 태도에 향이 난다.
진짜는 향기(香氣)가 있다. 다른 말로 좋은 기운이 있다. 사회 생활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태도들을 보았다. 어떤 이의 태도에는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이의 태도 덕분에 활력을 얻기도 했다.
카카오 웹툰에서 미생 Part 2가 연재되고 있는데, 최근 본 장면이 기억난다. 요르단의 상인이 장그래에게 말한다.
"미스터 장은 참 독특하군요. 그동안 만나온 한국인들과 참 달라요. 내가 만나 본 한국인들은 항상 '미안하다'라고 해요. '시간을 뺏어 미안하다', '귀찮게 물어서 미안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짜 '미안'해하는지는 모르겠더군요. 그런데 미스터 장은 'Positive'하고 'Fair'한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굴육적이지 않고, 자신의 자긍심을 쥐고 있는 사람은 상대를 명예롭게 합니다."
한국 사기꾼의 가짜 거래에 상처를 입은 요르단 상인은 장그래의 향기를 알아보았고, 생각을 바꿔 거래를 이어나간다.
2. 관계맺음이 자연스럽다.
진짜는 사람과 일 모두 자연스럽게 관계맺는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그러해서, 본인의 아름다움과 취약점을 수용하고 편안하게 공유한다. 그래서 상대방도 자연스러워 진다.
무엇보다 일에 억울함이 없다. 완벽이 아닌 최선으로 다가서고, 주도적인데 한계도 안다. 그래서 사건과 결과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미생 Part1의 대사가 생각난다. 오상식 차장이 장그래에 대해 한 말이다.
"애는 쓰는데 자연스럽고, 열정적인데 무리가 없어. 어린 친구가 취해있지 않더라고요."
3. 가까이하고 싶은 영향력이 있다.
가짜는 속성상 거짓말을 한다. 그래서 조화같은 그럴듯한 가짜는 멀리 봐야 아름답다. 그런데 진짜는 진실하다. 진실하다는 것을 알 수록 더욱 신뢰하게 되서 가까워지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진실함을 닮고자 한다. 미생 Part1의 일터인 원 인터내셔널에서 스펙상 월등했던 안영이, 한석율, 장백기도 장그래의 향기에 이끌려 동지가 된다.
그런데 자기 혼자 진실하기는 어렵다. 삶의 기반이 자신에게만 있으면 자신을 보호하고 포장하기 위해 거짓말하기 쉽다. 그래서 진짜는 진실한 사람들에게 도움받는다. 진실한 관계에 힘입어 진짜로 거듭난다. 적어도 일에 있어 진실했던, 오상식 차장과 김동식 대리가 있어 장그래가 꽃피울 수 있지 않았을까.
미생(未生)의 뜻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상태라는 한자어로 바둑에서 사용하는 단어이다. 바둑알들이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았지만 살기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만화이기에 분명 판타지 요소도 있지만, Part 1의 장그래를 보며 많이 응원했다. 그가 보잘것없어 보여도 조화가 아니라 생화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리라.
Part2는 미생의 주인공들이 퇴사하여 차린 '온길 인터내셔널'이라는 중소기업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간다. 일터의 이름이 '원'에서 '온길'로 바뀐 것도 의미심장하다. ('1등'보다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추구한다는 뜻일까) 이제는 장그래 대리와 오상식 부장이다. 이들처럼 미생의 삶에서 진짜로 살고자 하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