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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Apr 07. 2019

결혼 행진곡을 활용한 신곡

190407

하루를 마무리하고 엄마와 TV 앞에 앉았다. 300개가 넘는 채널을 연신 돌렸지만 마땅히 보고 싶은 채널이 나타나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리모컨만 돌려대는 나에게 엄마는 그러지말고 차라리 재미있는 영화나 한 편 보자고 하길래 그래 그러자, 하고 영화 채널에 들어가 목록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영화가 한 편 있었다.


영화 '다시, 벚꽃' 포스터


최근에 발매된 [장범준 3집]이 오랫동안 차트인을 하고 있기도 하고, '슈퍼스타K' 시리즈 중 유일하게 엄마와 챙겨 보았던(그리고 응원했던) 장본인이기도 해서 흔쾌히 이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가 나온 줄은 진작에 알고 있긴 했지만 시기를 놓쳐 영화관에서 보지는 못했었던 영화이기도 해서 내심 반갑기도 했다.


영화 [다시, 벚꽃]은 장범준이 버스커버스커 이후 발매한 '장범준 1집'이 쫄딱(?) 망하면서 심기일전하여 '장범준 2집'을 만드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첫 장면이 한 카페에서 관객들 10명 정도를 앉혀놓고 미완성된 곡을 들려주며 반응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는데, 반팔에 슬리퍼 차림인 그가 관객들과 소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이 영화가 어떤 분위기로 흘러갈 것인지를 짐작하게 했다.


큰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주변 친구들로 구성된 아마추어밴드를 만들어 여수로 직접 버스킹을 떠나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고자 하는 친동생과 함께 음악적 견해를 나누고, 뮤직비디오 대신 웹툰으로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는 생각에 웹툰작가와 함께 그의 노래의 주요 소재가 되었던 천안 동네 곳곳을 돌아보는 과정을 편안하게 영상에 담아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미 '장범준 2집'의 노래를 하나 하나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시간을 되돌려 한 명 한 명 밴드를 꾸리고 편곡하고 녹음을 하고 앨범을 만드는 과정을 거꾸로 지켜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다.


영화의 압권은 이렇게 고생한 앨범이 발표되는 날, 작업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앨범 차트를 확인하는 순간이다. 앨범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처음부터 같이 지켜본 관객의 입장에서, 이미 결과를 알고 있지만 웬지 모르게 같이 떨렸다. 그리고 나도 '장범준 2집'이 발표되었던 2016년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 역시 '장범준 1집'이 발표되었다는 사실만 알았지 버스커버스커 이후 그의 음악을 굳이 챙겨듣지 않은 상태였었다. 그러다 '장범준 2집'이 발표되고 동네 친구들 채팅창 반응이 심상치 않아서 듣게 된 케이스. 너무 좋았다. 한 곡 한 곡 다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결국 마음이 맞았던 한 친구와 그 날 밤 급하게 장범준 전국투어 콘서트를 예매하기에 이르렀다.  


2016.04.09. 장범준 전국공연 서울 콘서트


참 재미있었고 담백한 공연이었다. 다른 것 필요없이 노래로 승부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남아있었다. 그리고 관객들도 그걸 원했을 테고. 여운이 꽤 길어 콘서트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친구와 강남역에서 예정에 없던 술자리를 만들어 한 잔 더 기울였던 기억이 있다. 라이브를 직접 보고 나니 왜 장범준이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고 있는지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


영화 '다시, 벚꽃'의 한 장면


20대의 마지막 순간을 담아냈던 '장범준 2집'은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고, 그가 30대가 되어 다시 돌아와 낸 '장범준 3집' 또한 지금까지도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와 같은 나이대인 그가 선하게 그리고 똑똑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누구보다도 재미있게 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오늘도 내 삶에 있어 힘을 낼 수 있는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고맙다, 장범준.



https://tv.naver.com/v/853849

그녀가 곁에 없다면(결혼행진곡을 활용한 신곡) / 장범준

'장범준 2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 이 노래를 듣고 나는 장범준은 천재다, 라고 생각했다.


https://tv.naver.com/v/853841

골목길 어귀에서 / 버스커버스커

플러스. 장범준과 관련된 영상 중 가장 좋아하는 '골목길 어귀에서' 라이브. 엄청 많이 돌려봤고 참 장범준스럽다. 이외에도 '피크닉 라이브 소풍'에서 부른 장범준 라이브들을 정말! 정말!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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