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1
아빠가 일주일 간 홍콩으로 출장을 떠났다. 갑작스런 출장 결정이었던지라 아빠도 경황 없이 서둘러 출국했고, 남은 가족들은 그런 듯 각자대로의 시간을 보냈다.
일주일이 지나고 아빠가 공항에 도착해 곧 집으로 출발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연락 이후 우리는 각자의 방법으로 아빠를 기다릴 준비를 했다. 할머니는 아빠가 좋아하는 반찬을 한 두 개 더 만들었고, 엄마는 평소에 저녁 늦게까지 하던 운동을 스킵했다. 나는 아빠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한보따리 준비했고, 남동생은 아빠 얼굴을 보고 선약 자리에 가야겠다며 자기 방에서 게임을 했다.
아빠가 집에 들어서자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듯 각자의 방법으로 아빠를 맞았다. 아빠는 꽤 피곤해보였고 더불어 기뻐 보였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 가족은 테이블에 앉아 아빠가 사 온 초콜릿과 쿠키를 먹으며 홍콩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홍콩에서도 꽤 멀리 들어가야 하는 바다 한가운데의 배에서 일주일을 보냈다는 얘기와 반나절의 관광 시간이 겨우 생겨 홍콩의 나이트뷰를 봤다는 얘기. 우리에게 보여줄려고 동영상을 찍었지만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 말짱 도루묵이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회사에서 나온 출장비를 아끼고 아껴 우리 가족과 곧 떠날 나를 위해 썼다는 훈훈한 이야기.
이야기가 끝나고 가족들은 각자 잠자리에 들었고 마지막까지 남은 나와 아빠는 TV 앞에 앉아 조금 더 수다를 떨었다. 일주일 간 있었던 이야기더미를 준비한 나를 위해 아빠는 피곤함을 이기고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었다.
요즘은 어느 때보다도 가족 한 명 한 명이 주는 부피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곱씹어보게 된다. 아빠가 떠난 일주일이 그나마 빨리 지나갔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일매일 꼬박꼬박 연락하던 아빠의 보이스톡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고마워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