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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y May 13. 2019

Turn your magic on

3rd week in Dublin(29/04/19~05/05/19)

Nice to meet you, guys!


드디어 어학원 첫날 아침. 어학원에 도착하면 받는다는 레벨테스트에 지레 겁먹어서 전날 잠을 설쳤다. 아일랜드에 오기 전 영국문화원에서 3개월 정도 수업을 들었을 때 내 레벨은 총 5단계 중 2단계인 Pre-intermediate였는데, 여기에서는 어떤 레벨을 받을까 내심 걱정 한가득이었다. 그렇게 두근대며 나가려고 채비하는데 아뿔싸. 여태껏 잘 껴오던 콘텍트렌즈가 갑자기 튕겨져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보이는 렌즈에 멘붕.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국에서 렌즈 한 쌍을 더 쟁여와서 예정했던 것보다 빨리(?) 새 렌즈를 개봉했다. 이 쎄한 느낌은 뭘까. 결국 첫날부터 15분 정도 늦게 어학원에 도착했다.   


내가 등록한 어학원은 "ULearn"이라는 곳이고 새로 반배정을 받을 학생은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다. 그들 중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1:1 스피킹 테스트를 통해서 레벨테스트를 받았는데, 주로 "한국에서 무슨 일을 했니?" "더블린에서 무엇을 할 예정이니?" "요즘 가장 관심있는 것은 무엇이니?" 등을 물어봤던 것 같다. 예전에 영국문화원에서 받았던 스피킹 테스트와 별반 다를 바 없어서 비슷하게 얘기를 했고, 나는 이전보다 한 단계 상승한 3단계인 Intermediate 레벨을 받았다. 테스트 후 바깥으로 나와서 두 사람이랑 얘기를 좀 나누다가 바로 새로운 반으로 이동했다. (다들 레벨이 달라 반이 엇갈렸다.)


반으로 이동하니 레이첼이라는 선생님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맞아주었다. 마침 막 수업이 시작한 모양이었는지 레이첼은 나에게도 프린트물을 건네주며 이번 주 주제가 "음식"이여서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서 들었던 영국문화원의 수업과 이 곳을 비교하게 되었는데, 단적으로 말하자면 ULearn은 "포괄적"이고 영국문화원은 "체계적"이라고 느꼈다.


영국문화원에서는 우선 내 일과에 맞춰 클래스와 토픽을 직접 선택해서 스케쥴표를 짤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따라서 시간을 억지로 조절하거나 듣고 싶지 않은 주제를 굳이 들을 필요가 전혀 없다. 그리고 수업마다 매번 다른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회화 수업에 내성이 생기지 않는다. 또 가격이 다른 어학원에 비해 높은 축에 속하기도 하고 (내 경우에)수업을 같이 듣었던 사람들이 주로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의 집중도가 상당히 높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막히는 부분이 대부분 비슷하다보니, 선생님이 그 부분들을 캐치해 나중에 한꺼번에 짚어주고 하는 점이 꽤 쏠쏠하고 유익했다.

반면 이 곳 ULearn에서는 매일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생들의 성향이나 레벨을 기억해 맞춤형으로 가르쳐주고 있다. 그리고 스피킹 외에도 단어, 문법, 쓰기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 진도에 따라서 선생님이 속도를 조절해서 수업이 버겁게 느껴지진 않는다. 또한 학생들 모두 외국인이고 나이도 어린 축에 속하다 보니 선생님과 친구처럼 지내기도 하고, 같은 주제로 각자의 나라에서 생각하는 사고방식들이 제각각이다 보니 이 점들을 알아가는 것만해도 재미있다.(가령 최근에 "여성의 사회 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서로가 각자의 나라와 성별을 대변해 꽤 오랜 시간 얘기를 나누었다.)


매주 금요일 치르는 스피킹 테스트 / 매일 새롭게 제공되는 프린트물들


이쯤에서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친구들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반은 나를 포함해서 총 6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신기하게도 이 6명 모두가 국적이 모두 다르다.  


오스카(남/멕시코) : 남미에서 온 친구여서 그런지 엄청 수다쟁이이다. 가끔 수업과는 전혀 다른 주제를 툭 던지거나 대수롭지 않아도 되는 주제에 발끈하며 핀트가 엇나갈 때도 있지만, 사근사근하고 치대는 매력은 있다. 매일 수업이 끝날 때쯤 근처 펍에 술 마시러 갈 친구들을 급구하곤 한다.

나츠키(여/일본) : 내 옆자리에 앉아 주로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친구. 조용하고 숫기없는 친구이지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나를 옆에서 많이 도와준 친구여서 개인적으로 너무 고마운 감정이 있다. 여태까지 40개국 이상을 여행했고 앞으로는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멋진 친구이다.

벤나이(여/터키) : 카리스마 넘치는 여장부 스타일의 친구. 처음엔 그 기에 눌려 말을 몇 마디 못 나누다가 펍 2번 정도 같이 가고 나니 급 친근해졌다. 매일 수업시간에 롤링타바코를 말며 오스카와 유진이 스페인어로 잡담을 나눌 때 "돈 스피크 스패니쉬!"라고 소리치는데 왜인지 그게 매력이 있다.

유진(남/스페인) : 수업 중간에 책상에 다리를 올리고 핸드폰으로 노래를 듣는 등 몇몇 철없는 행동들로 첫 수업부터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친구. 처음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긴 했지만 최근 이 친구 나이가 17살이라는 얘기를 듣고 '저 나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오히려 급 수긍했다. 그래도 선을 넘지 않고 심성은 착한 친구여서 반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는 중.

벰바(여/몽골) : 벰바는 오전에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다 와서 그런지 매번 피곤해보이기는 하지만, 수업 시간에 본인 얘기도 적극적으로 하고 가끔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옆에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유진이 가끔 철없는 행동을 할 때마다 등짝을 철썩 때리며 하지 말라고 얘기해 주는 엄마같은 존재.


그렇게 수업을 들었던 첫 날을 기념으로 오스카의 주도하에 벤나이, 나츠키와 학원 근처 펍을 처음으로 가 보았다. 펍에 들어가기 전에 문 앞에서 가디언이 여권 검사를 했는데, 내 여권 사본을 보여주니 엄청 놀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들여보내주었고, 친구들이 그 모습을 보고 나에게 말하길 아마 나이랑 얼굴 보고 매치 안 되서 그랬을거야하고 다들 깔깔 웃어넘겼다. 그렇게 1.5유로라는 저렴한 가격에(월요일 한정) 맥주도 마시고 얕고 넓은 수다들을 나누며 꽤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아! 그리고 아침에 없어졌던 콘텍트렌즈를 다음날 아침 책상 한귀퉁이에서 다시 찾았다.  


금요일 저녁 학원 앞 펍인 다이시스에는 긴 줄이 늘어져 있었고, 이 날 오스카와 벤나이와 함께 간단하게 한 잔 기울였다.


Keep your fingers crossed


지난 주 일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설쳤던 이후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집에서 밍기적거리다가 노트북과 단어책을 들고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커피를 주문하려고 계산대로 갔는데 주문을 받는 스탭이 나를 보더니 조심스럽게 "혹시 한국인이세요?"라고 물었다. 자세히 보니 한국 사람이었다. 아일랜드에 만난 첫 번째 한국인.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나도 "어? 한국인이세요?"라고 되물었다. 밝은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게 너무 기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커피를 주문하다가, 문득 지난 밤의 악몽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서 푸념하듯이 "제가 이런 쪽에서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는 있는데, 그게 참 어렵네요."라고 속마음을 그 분에게 털어놓았다. 그러자 스탭이 갑자기, "어? 제가 다음 달에 그만둘 예정이라 곧 사람을 구할 텐데. 혹시 이력서 지금 가지고 계세요?"라고 물어봐 주는 것이 아닌가. 아직은 작성해 놓은 이력서가 따로 없다고 얘기하니, "사실 지금 저쪽에 매니저가 있거든요. 일단 지금 얼굴 도장 한 번 찍고 다음 번에 이력서 가지고 와 보세요!"라고 귀띔해 주었다. 아니 이런 천사분을 보았나. 그렇게 갑작스러운 기회에 쭈뼛대며 매니저 쪽으로 가 간단하게 일을 구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니, 그녀는 나를 보고 지금 현재 비자가 뭐냐, 어디에 사냐, 이쪽에서 일해본 적 있냐 정도 물어보고 이력서를 한 번 가지고 와 보라고 했다. 보통 발품 팔아 이력서를 돌리면 매장에 매니저가 없는 경우가 많아 허탕을 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그렇게 나는 카페에서 짧게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부리나케 이력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력서를 다 쓰고 다음날 학원 근처에 있는 프린트샵에서 이력서를 10장 정도 출력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프린트를 하려고 대기하고 있어 30분 정도를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내 차례가 되어 가지고 온 usb를 점원에게 건네주니 나에게 쏼라쏼라거리며 출력을 걸었고 카운터로 돌아와 가격을 말해주는데 엥? 7유로가 나왔다. 왜 이리 비싸. 인터넷에서는 한 장에 15센트로 봤던 것 같은데.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지만 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느낌은 아니라서 일단 돈을 건네주고 가게 문을 나서 봉투 안에 내용물을 열어보았는데,  에구구.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었던건지 봉투 안에는 200g짜리 겁나 두껍고 빳빳한 특수 용지로 출력된 내 이력서들이 들어 있었다. 그, 그래... 고급지고 눈에 확 띄고 얼마나 좋아. ㅠㅠ


우여곡절 끝에 프린트한 이력서 / 대기표를 뽑는 방법이 특이했던 프린트샵 티켓 기계


이틀이 지나고 나는 다시 카페를 찾아가 내 이력서를 매니저에게 건네 주었다. 그렇게 이력서를 훑어 보던 매니저는 갑자기 나를 카페 한 구석으로 안내했다. 뭐지 싶어 자리에 마주앉았는데 갑자기 급 인터뷰 시작. 매니저는 나에게 이전보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내 상황에 대해서 물어봤고, 나는 짧은 영어로 비자나 학원이나 사는 곳에 대해서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일 트라이얼을 와 줄 수 있냐고 바로 물어보는 게 아닌가. 뭐지?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경우에는 1. 가게에서 이력서를 받아 며칠을 검토하고 2. 이력서가 통과되면 연락을 받고 다시 가게로 찾아가 인터뷰를 본 뒤 또 며칠을 검토하고 3. 인터뷰도 통과되면 트라이얼(실무면접)을 거치고 4. 트라이얼도 통과되면 정식 채용인건데, 나의 경우 1번이랑 2번의 경우가 하루만에 패스된 것이다. 내가 알기로는 이런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고객 서비스나 회사 가치에 대해서 꽤나 까다롭게 인터뷰를 본다고 알고 있었고,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 그 인터뷰를 준비해야지 마음먹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트라이얼이라니. 일단 내일 일정이 가능하다고 얘기하고 그렇게 매니저와 스케쥴을 잡고 떨떠름한 마음에 저번에 만났던 한국인 스탭에게 향하니, 스탭은 곧 브레이크타임이니 얘기 잠깐 나누자며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30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그 동안 트라이얼이나 학원, 워홀 등 본인 쉬는 시간을 할애하며 나에게 너무나 많은 조언을 해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고마운 분. 마지막으로 내일 트라이얼 잘 할거라며 용기까지 북돋워주었다. 그렇게 한껏 든든해진 마음으로 카페를 나온 나는 수업을 마치고 샵에 들러 내일 트라이얼 복장인 검정 셔츠와 검정 스니커즈를 샀다.


트라이얼 가기 전 찰칵. 떨려라.


다음날, 복잡한 감정으로 일어나 씻고 나오니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와 있었다. 뭔가 싶긴 했지만 굳이 다시 걸지는 않았다. 그렇게 준비를 마치고 트라이얼을 하러 카페로 향하는데 이상하게도 평소 이 시간 분주하던 주변이 무척이나 고요했고, 카페 근처로 향하니 그 주위에 경찰들과 바리게이트가 한가득 진을 치고 있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페로 들어가니 붐벼야 할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손님도 남아있지 않았고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나를 이 지점에서 일하고 있는 또 다른 한국인 스탭분이 발견하고 흠칫 놀라며 "어? 안녕하세요! 아까 연락 못 받으셨어요?"라고 물었다. "아, 부재중으로 온 건 봤는데 그게 혹시..."라고 얘기하니 잠시만요, 하고 매니저를 바로 불러주었다. 매니저는 나를 보고 역시나 놀라면서 "지금 카페 옆 호텔 옥상에서 누가 뛰어내리려고 하고 있어서 주위가 통제된 상태야. 그래서 아무래도 오늘 트라이얼이 힘들 것 같아 연락했었어."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이고. 오늘은 날이 아니었구나 싶어 "괜찮아요!"라고 하고 발길을 돌리려고 하는데, 매니저가 "음, 잠깐만!"하고 돌아가려는 나를 붙잡았다. 그러더니 "그냥 지금 라떼랑 카푸치노 만들어볼래?" 라고 나를 바(Bar) 쪽으로 안내했다.

매니저가 한 차례 시범을 보여주고 자, 만들어봐 하길래 일단 눈칫껏 커피를 몇 잔 만들었다. 내 커피를 보던 매니저는 거품이 좀 많기는 한데 이 정도면 나쁘지 않네, 라고 얘기해 주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가게에 손님 자체가 없으니 매니저는 나에게 더욱 집중해서 커피 외에 메뉴들을 몇 가지를 더 알려주었고, 나는 반쯤은 이해하고 반쯤은 못알아들었지만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그녀의 얘기를 들었다. 그렇게 30분 정도 지나고 사무실로 돌아온 매니저는 나에게 다음 주 스케줄을 물어보더니 몇 장의 서류들을 주면서 이것 좀 싸인해 줄래?라고 얘기했다.


어? 이렇게 된 건가 싶다가 혹시나 싶어 싸인하기 전에 "아, 그런데 제가 2주 전에 도착해서 아직 정식 비자도 안 받았고 취업허가증도 안 받은 상태인데 괜찮나요?"라고 스탭 분에게 물어보니, "어? 그거 문제될 것 같은데요?"라고 놀라면서 매니저에게 갑자기 후다닥 사라졌다. 그리고 스탭의 말을 들은 매니저도 후다닥 나에게 오더니, "어? 너 아무것도 없어? 헙. 잠깐만!" 하고 다시 사무실로 후다닥. 보통 나같은 경우가 없었어서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며 아무래도 채용이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스탭의 말에 급 좌절. 에구, 그래도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었는데 몇 분 후 매니저가 "굿 뉴스!"라고 하며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그녀는 이런 적은 처음이긴 한데 그래도 다음 달까지만 모든 게 갖춰지면 문제 없을 것 같아, 그리고 혹시 모르니 잡레터도 써줄게! 라고 얘기해 주었다. 다행이다! 그리고는 나에게 50장 정도 되는 두꺼운 서류들을 건네주며 싸인을 해야 한다길래 한 장 한 장 읽어가며 싸인을 해 나갔는데 알고 보니 그게 바로 근로계약서였다. 그렇게 나는 다음주 스케쥴표를 받고 잘 해보자는 그들의 인사를 받은 채 12시 즈음 카페를 나섰다.


트라이어 날 카페 주위가 통제되었던 상황. 교통도 전부 마비되어 버스기사 아저씨는 이날 따로 요금을 받지 않았다.  


이력서 달랑 한 장으로 스타벅스에서 일을 하게 되다니, 어벙벙했다. 어쩌다보니(?) 카페에 손님이 없어 조급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트라이얼을 볼 수 있었고, 정말 마음씨 좋은 한국 스탭분들과 매니저를 만났고, 곧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기는 하지만 안전하고 밝은 분위기의 Grand Canal을 앞으로도 자주 올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여러 운이 따라줬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오후에 학원에 도착해 수업을 듣기 전 옆자리에 앉은 나츠키에게 상황을 얘기해주니 그녀도 엄청 놀라하며 축하해주었고, 다음날 나는 나츠키의 다른 반 일본인 친구들로부터 화젯거리가 되어 본의아니게 주목을 받았다. 홈스테이 맘인 고시아도 이런 내 상황을 매일 응원해주었는데, 최종적으로 내가 채용이 되었다는 얘기를 전하니 말도 안 된다며 Hooray! 를 외치며 두 팔을 번쩍 들며 축하해주었다. 친구들과 가족들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주었고 다들 한 마음으로 기뻐해주었다. 고맙습니다!


+) 나중에 듣게 된 이야기. 카페에 갔었던 첫날 나에게 좋은 기회를 알려준 그 스탭에게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어 집에서 이력서를 쓰다가 한국에서 챙겨왔었던 미니 약과들을 챙겨 다시 카페로 향해 조심스레 건네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었다. 별 뜻 없이 한 행동이 여러 사람들에게 전달되어 나에게 큰 행운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는 얘기에 다시 한 번 감동.


다음 주 스케쥴표. Leah라는 영어 이름과 Training이라는 꼬리표가 낯설게 느껴지지만 화이팅!




그 외 여담


1. 재선이와 조은이가 7월에 일주일 동안 유럽으로 여행을 온다. 말은 "여행가는 김에 겸사겸사 너 보러 가는거야" 라고 얘기해 주지만 괜히 기쁘고 고맙고 그렇다. 시간과 금액을 생각했을 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충분히 알기에. 그렇게 우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아일랜드 더블린을 여행하기로 하고 최근에 숙소까지 정하고 예약을 마쳤다. 벌써부터 7월이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자주 보이스톡이나 영상통화를 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친구들을 본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다. 하루빨리 그날이 왔으면.


벌써부터 기대 뿜뿜 중인 바르셀로나-더블린 꿀휴가팀 채팅창 일부


2.  스타벅스에 최종 합격한 날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우연히 첫날 학원에서 같이 레벨테스트를 본 한국 남성 분을 만났고 이것도 인연이라면서 근처 펍에서 한 잔 기울였다. 사실 한 잔이라는 것이 두 잔 되고 세 잔 되어서 그렇게 우리는 세 파인트를 마시고 집 근처에서 꼬냑을 시켜 또 마시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 나이도 같고 그러다 보니 현재 맞닥뜨리는 상황이나 생각들도 비슷해서 꽤나 얘기가 잘 통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좋은 기억을 만들었다.  

앤틱한 분위기가 매력적이었던 International Bar와 아이리쉬 스튜. 저녁마다 재즈나 코미디 공연이 있다고 하니 나중에 또 와 봐야겠다.

3. 현지를 만나러 서산에 갔을 때 먹었던 분짜가 너무 그리워서 검색을 해 보니 더블린1 구역에 '분짜'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가 있어서 트라이얼 복장을 산 후에 들렀다. 이 날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분짜랑 썸머롤까지 시켰는데, 점원이 "혹시 고수 들어가도 괜찮나요?" 라고 먼저 물어봐주었다. 내가 어! 빼주세요! 하니, 딱 보니 한국 사람인 것 같아서 먼저 물어봤다고 다행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렇게 먹었던 음식들은 JMT. 조만간 또 가야지.


너무 맛있었던 분짜와 썸머롤.


4.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은 파스타를 만들어먹고 있는데 매번 기분에 따라 새롭게 만드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근에는 불닭소스를 한껏 넣어 크림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는데,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매콤한 맛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역시 한국인은 매운 맛.


매콤한 맛이 일품인 불닭크림파스타와 부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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