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차 캐나다 직장인이 본 사내 승진과 이직
캐나다에서는 회사 내에 승진이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그러나 무척 드물고 제가 근무했던 회사들에서는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 부서 책임자나 Manager급의 결원이 생기면 외부의 채용공고를 통해 새롭게 충원했습니다. 심지어 Top Management 쪽은 더욱 심해서 A사의 부사장이 B사 부사장으로, B사 부사장은 경쟁업체인 C사의 사장으로 옮기는 자리 로테이션이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Director의 승진제안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습니다. 결국 그 직책은 동료인 QA 매니저가 맡게 되었는데 그의 젊음, 뛰어난 능력과 적극적인 성격으로 잘하리라 믿으며 진심으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승진하며 공석이 된 자리는 실제 전체 업무를 오랫동안 담당해 왔던 QA Supervisor가 당연히 맡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QA Supervisor의 개인 면담 요청이 들어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대화 중 놀랍게도 떠나는 자신의 상사인 매니저가 부서 직원의 승진을 반대하고 외부의 공개 채용을 통해 후임자를 결정하는 방식을 상부에 요청한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녀는 서운함에 눈물을 보였습니다. 오랜 시간 회사에 기여했고 자신보다 뒤에 입사한 매니저를 위해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감뿐이었다며 자신은 공개채용에 지원하지 않겠다고 섭섭함을 호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고 상황이 안타까웠지만 타 부서인 제가 그 사안에 관여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말로써 위로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곧 사내 게시판에 새로운 QA Manager를 구하는 채용공고가 붙었습니다. 회사 내의 경력과 요구하는 자격 조건이 되는 사람은 누구라도 지원할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이미 외부 구인 사이트에도 포스팅되어 있어 그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해 보였습니다. 얼마 뒤 HR에서 접수된 서류를 검토한 후 인터뷰할 3명의 지원자를 결정했으니 면접에 참여해 달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면접 서류를 공개하는 자리에서 떠날 매니저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였습니다.
'후임자로 부서 Supervisor가 적합하지 않아?'
'아니, 사실문제가 있어서 외부에서 뽑기로 했어.'
그 이야기와 함께 Supervisor의 분노조절 장애 문제를 상부에 보고했고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다른 부서 매니저들도 반대의견을 함께 했다는 내용을 알려주었습니다. 예전에 어떤 이슈에 대해서 그녀가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던 상황을 직접 목격한 기억이 있는데 그런 일이 몇 번 더 있었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중요한 시기인 지금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었습니다.
회사 조직은 능력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팀 구성원을 이끌어가는 인성과 팀워크를 우선시합니다. 저도 캐나에서 5번의 직장을 옮기는 동안 같은 회사에서 승진한 적이 없었고 이직을 통해서 직책과 몸값(?)을 업그레이드했었습니다. 그리고 면접 때마다 팀워크에 대해서 질문받았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사실 제 세대의 한국 직장에서는 팀워크란 말보다는 '생존게임', '치열한 경쟁' 이런 단어가 먼저 떠오르고 캐나다에 오기 전 제가 경험한 유일한 팀워크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했던 미군에서였습니다.
어느 직책에서 문제없이 업무를 수행하고 때가 되면 승진하는 것을 직접 겪고 보았던 예전 한국의 직장(지금은 많이 바뀌었겠지요)과는 많이 다른 부분입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도 IT나 요즘 화두가 되는 AI 같은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능력에 따른 채용과 사내 승진이 있을 수 있지만 제가 일하는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업계에서 여전히 큰 변화는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나이, 학력, 입사순서에 따른 직장 내 서열문화보다는 개인의 능력과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해 우선시한다는 점은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제가 맡고 있는 부서에도 50대, 40대, 30대의 동등한 테크니션들, 그리고 co-operation worker로 4개월씩 일하며 배우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도 있습니다. 또한 나이에 상관없이 개인의 근무기간, 경력과 업무능력에 따라 연봉도 모두 다릅니다.
얼마 전 Management Staff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에서 인사담당 책임자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혹시 은퇴로 퇴직하려면 2개월 전에 미리 알려줘'
'2주 Notice가 아니고 2개월씩이나?'
'그 자리에 새로 채용하고 인수인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해'
결국 제가 떠난 자리도 오랫동안 함께했던 제 부서직원들 중 한 명이 아닌 외부에서 매니저급으로 새 사람을 뽑겠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렇게 캐나다에서의 직장생활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2025년 지금이나 25년 전 처음 직장에 발을 내디뎠을 때와 아직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전면사진 (출처: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