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by 필마담

천장만이 내 유일한 놀이터였다.

하얀 도화지 위에 무수한 점들을 이으면 피카소가 부럽지 않았다.

손등에 꽂힌 차가운 바늘이 내 놀이를 방해할 때면

엄마는 내 손에 붉은 사과를 쥐어주셨다.

툭!

사과조차 쥘 수 없는 손.

엄마는 바닥에 떨어진 사과를 호호 불어

하얀 속살을 수저에 담으셨다.

입안으로 들어오는 하얀 속살을

차마 나는 먹지 못하고 오물오물.

내 몸 안에서 사과향이 흘렀다.


그 사과향이 그리워 속살을 입안에 담는다.

하지만

식탁 위에는 한 입 상처 난 사과만이 덩그러니

어릴 적 그 맛을 담지 못하는 사과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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