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
육아를 하다 내게 숨겨진 능력을 하나 발견했다. 그건 아이의 체온을 맞추는 것이다. 소수점 한자리까지 정확하게 알긴 어렵지만, 이마, 목덜미, 그리고 등을 만져보면 체온계 불빛이 초록색이 뜰지 주황색이 뜰지 아니면 빨간색이 뜰지 가늠할 수 있다.
아이와 스킨십하다 보면 신경이 찌릿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감기는 물론, 올해 초 코로나에 걸렸을 때가 그랬고 며칠 전 수족구병에 걸렸을 때가 그랬다. 평소와 다른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감지되면 머릿속에 주황색 신호등이 뜨게 된다. 이럴 때면 역시나 고막 체온계에도 주황색이 뜬다. 주황색 신호에서 멈추길 바라는 마음과 달리 점점 달아오른 몸은 결국에는 빨간색 신호등에 불을 켠다. 이런 날에는 잠을 자긴 어렵다.
자다 깨서 몇 차례 아이의 체온을 확인해야 하는데 이럴 때 손바닥 체온계가 요긴하다. 고막 체온계, 비접촉 체온계, 겨드랑이 체온계가 구비되어 있지만, 옆에 누어 잠든 아이의 등을 만져보며 체온을 감지한다. 귀나 겨드랑이에 체온계를 찔러 넣는 불편함과 체온계에서 들어오는 불빛으로부터 아이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물론, 손바닥에서 감지되는 온도가 심상치 않다고 느껴지면 그때는 고막 체온계로 수치를 확인한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는 날에는 아이의 발바닥을 잡고 잠에 든다. 그리고 이런 능력을 쓸 일 없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