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똥
광고를 전공하던 시절,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좋은 걸 먹어야 좋은 걸 쌀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선 도움 되는 걸 많이 봐야 한다는 걸 비유적으로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 아주 많은 날이 지났어도 계속 머릿속에 머물고 있다. 맞다! 내가 무얼 습득하느냐에 따라 나오는 생각이 다르다.
똥에 대한 생각은 일을 위한 아이디어에 국한되어 있었는데, 요즘은 진짜 똥에 관심이 간다. 바로, 아이의 응가다. 매화틀에 담긴 왕의 변을 보는 어의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기저귀에 담긴 그것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기름진 것을 많이 막어서 그런가, 단 거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너무 차게 먹여서 그런가, 야채를 적게 먹여서 그런가라며 내 탓을 하게 된다. 반대로, 좋은 응가를 볼 때면 “괜찮네”라며 기뻐한다. 세상에 맙소사 내가 똥을 보고 좋아하게 될 줄이야.
좋은 걸 넣어줘야 좋은 게 나온다는 건 언어도 마찬가지인 거 같다. 아이는 흡수력이 좋아서 말을 금방금방 배운다. 내가 아이 입에서 나왔으면 하는 말, 우리는 그걸 말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들어온 것에 따라 꽃 같은 언어를 피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