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1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너무 맑은 하늘이 얄밉다.
#2
나는 화장을 잘하지 않는다. 미모에 자신 있어서가 절대 아니다. 그저, 귀찮다. 그리고 한다고 해도 일명 ‘똥손’이라 안 하니만 못할 때가 많다. 때문에, 아침 세안 후 토너와 로션, 선크림 정도를 바르는 것으로 얼굴 단장이 끝난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나 메이크업을 할 뿐 그마저도 톤 보정을 위해 쿠션 팩트를 바르는 것으로 끝난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게 되면서 요즘은 지하철에서 화장하는 분들을 보기 어려워졌다. 그전만 해도 흔들리는 지하철에서 흐트러짐 없이 마스카라를 바르는 분들을 보았다. 내 눈에는 마치 달인처럼 신비롭게 보였다. 이런 내게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눈썹 정리다. 여러 번 시도해봤지만 삐뚤빼뚤 하거나 짝짝이가 돼버린다. 결국, 눈썹 정리는 능력자의 손에 맡긴다.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브로우바에 방문한다. 미용에 관심이 적은 내가 유일하게 주기적으로 돈을 들이는 건 눈썹 왁싱이다.
정리 전 눈썹 상태를 보면 한 달 동안의 바쁨을 느끼게 한다. 단골답게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왁싱으로 말끔하게 정리된 걸 보면 개운하다. 흐트러진 눈썹이 정갈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한 달 동안의 정신없음도 정리되는 느낌이다. 소소하지만 스트레스 풀기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