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무슨 노래를 들으면 좋을까?' 출퇴근길 또는 잠시 짬이 날 때 노래가 듣고 싶어 지니뮤직을 켜고 인기 가요를 들어봤다. 듣다가 빠른 템포와 알아듣기 어려운 가사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이를 먹은 걸까?'라는 생각도 잠시 나의 템포는 동요에 익숙해졌다는 걸 알게 된다.
내 취향은 드라마나 영화의 O.S.T 또는 뮤지컬 넘버다. '다시 태어나면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뮤지컬을 좋아한다. 공연은 자주 못 보더라도 기회 되는 데로 넘버는 챙겨 들었다. 그랬는데… 요즘은 뽀로로, 베베핀, 트니트니, 핑크퐁을 듣고 있다. 그리고, 따라 부르고 있다.
남편도 나의 뮤지컬 넘버 사랑을 잘 알고 있다. 내가 예민하다 싶으면 가족의 평화를 위해 “엄마 힘들어 뮤지컬 노래 들어야 해”라며, 기가지니를 부른다.
태교 역시 뮤지컬과 함께였다. <빨래>를 예매해주고, <레 미제라블> 탄생 40주년 프랑스 오리지널팀 내한 콘서트도 가고, 출산 3주 전엔가는 <아이다>도 봤다. (자궁 속 기억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설에 <아이다>의 넘버를 들려줬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짬이 나서 뮤지컬 넘버를 찾아 들으면… 본래 뮤지컬 내용과 무관하게 <엘리자벳>의 「나는 나만의 것」이 육아 스트레스로부터의 외침으로 들리고, <모차르트>의 「황금별」을 들으면 세상으로 나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빨래>의 「참 예뻐요」를 들으면 신생아 때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이상하다.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흥얼거리던 내가 요즘은 동요를 부르고 있는데, 비록 뮤지컬 배우는 아니지만 내 아이에게만큼은 좋은 싱어인 거는 맞는 거 같다. 요즘 저녁이면 침대 위에서 할머니랑 도란도란 앉아 동요를 부른다. “노래 불러줘”라는 아이의 요청에 또는 아이의 선창에 콘서트가 펼쳐진다. 몸치는 맞지만 다행히 음치, 박치는 아니라서 화답해줄 수 있다. 재미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면 ”아냐 아냐 그거 아냐”라고 해, 결국 트니트니와 핑크퐁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무얼 부르면 어떠랴. 지금 부르는 게 내 삶의 넘버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