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30의 한강

출근길

by 필마담

지난 주말, 아이 낳고 처음으로 종로에 갔다. 종로는 우리 부부에게 추억의 장소다. 종각역에 내려 인사동을 지나 삼청동까지. 예스러운 걸 좋아하는 내 취향에 맞는 데이트 코스였다. 오랜만의 종로 나들이에 폴짝폴짝 뛰며 설렘 안고 종각역에 도착했지만, 종로타워에 있는 종로서적에 들어가는 순간 불길함이 밀려왔다. 안에 있는 음식점 대부분의 불이 꺼져 있었다. '일요일이라서 그렇겠지.'라는 생각으로 지상으로 올라와 인사동으로 향했다. 불길함은 점점 더 짙어졌다.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그냥 불만 끈 게 아니다.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연애시절 휴대폰을 구입했던 가게도 사라졌다.

우울함은 인사동에 도착하니 더 깊어졌다. 종각에서 인사동으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던 야구장도 사라졌다. 신포우리만두 가게도 사라졌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당장이라도 철거될 것처럼 비어있었고, 군데군데 임대문의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자세히 보니 피맛골도 무너져 있었다. "어? 없네" "어? 없네"를 반복할수록 씁쓸함만 더해갔고, 우울해하는 나를 보며 계속 가볼 거냐는 남편의 물음에 쌈지길까지 가지고 않고 돌아 나왔다. 영원한 것은 없다. 기사를 자세히 찾아보기 전까지는 몰랐다. 변해가고 있다는 걸. 나도 모르는 사이 종로는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코로나 때문인지 재개발 때문인지 달라졌다.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고 더 깔끔해지는 거라면 좋은 일이지만, 추억이 사라지는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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