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원래는 손가락에 난 뾰루지를 보여주며 "엄마 아야 해 호 해줘"라고 하는 모습이지만, 시간이 지나 사진을 보니 잔소리꾼 엄마가 보였다. 검지 손가락을 들면 입에서는 "안돼" "하지 마" "위험해"라는 말이 나온다. 잔소리를 안 하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이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니까.
안전을 생각하다 보니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떠올랐다. 감사하게도 아이는 지금까지 '좋은 어른'만 만나왔다. 그래서인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적은 편이다.
하루는 책을 읽어주는데 "아저씨가 과자 사줄게 같이 갈래?"라는 문장에 아이는 해맑게 "네~"하고 답했다. 순간 덜컥 겁이 났고 아이에게 그러면 안 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는 “아냐 맞아”하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과자가 먹고 싶은데 안된다고 하는 엄마가 이해되지 않았을 거다.
낯선 이에 대한 걱정은 예전부터 있었다. 어느 날인가는, 아빠와 놀던 중 낯선 할머니의 품에 안긴 적이 있다고 한다. 아이가 예뻐 보였던 할머니는 "할머니에게 와볼래"라는 말을 했고 아이는 달려가 품에 안겼단다. 너무 쉽게 달려가는 아이의 모습에 아빠도 낯선 할머니도 깜짝 놀랐다. 아이에게 ‘할머니’라는 게 친숙한 존재였기 때문인 걸까.
감사하게 지금까지 아이가 만난 어른들은 다 좋은 사람들이었다. 계속 그렇게 좋은 사람들만 만나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살면 좋겠지만 세상에는 착한 사람만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낯선 사람을 경계할 필요성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 요즘 내 숙제 중 하나가 아이에게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법을 알려주는 거다. 나쁜 사람들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는 게 슬프지만 배워야 한다. 지금까지 좋은 어른만 만났고,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세상은 그리 맑지만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