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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리 Sep 27. 2022

0926의 한강

출근길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길. 옆에 서 있던 여성 두 분이 몸을 움찔움찔하더니 작은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놀라 그녀들 주변을 살피는데 무얼 보고 그러는지 처음에는 알아채기 어려웠다. '설마 벌이 날아다니나'하는 두려움에 싸였을 때쯤. 휙 내 앞을 지나가는 곤충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잠자리였다. 가을 하늘을 날아다녀야 할 잠자리가 지하철에 있다. 게다가 손잡이에 앉았다.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라는 가사는 알았지만, 지하철 손잡이에 앉은 잠자리라... 신기한 광경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남편과 친구들에게 지하철 탄 잠자리의 모습을 보냈다.

출근  사무실 사람들에게도 지하철  잠자리를 보여줬다. 하하하 한바탕 웃음 후 잡아서 밖으로 보내주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잡는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새삼스럽게. 어릴 적에는 많이 잡았으면서. 어릴 적에는 문방구에서 잠자리 통을   여기저기 다니며 잡았다. 앉아있는  손으로도 잽싸게 잡기도 했다. 그렇게 잡은 잠자리를 괴롭혔다. 어떻게 괴롭혔는지는 설명하지 않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잔인했다. 요즘도 곤충집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잠자리  마리가 놀람과 웃음을 주더니, 어릴  기억도 소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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