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 길. 옆에 서 있던 여성 두 분이 몸을 움찔움찔하더니 작은 소리로 비명을 지른다. 놀라 그녀들 주변을 살피는데 무얼 보고 그러는지 처음에는 알아채기 어려웠다. '설마 벌이 날아다니나'하는 두려움에 싸였을 때쯤. 휙 내 앞을 지나가는 곤충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잠자리였다. 가을 하늘을 날아다녀야 할 잠자리가 지하철에 있다. 게다가 손잡이에 앉았다. "잠자리 날아다니다 장다리꽃에 앉았다~"라는 가사는 알았지만, 지하철 손잡이에 앉은 잠자리라... 신기한 광경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남편과 친구들에게 지하철 탄 잠자리의 모습을 보냈다.
출근 후 사무실 사람들에게도 지하철 탄 잠자리를 보여줬다. 하하하 한바탕 웃음 후 잡아서 밖으로 보내주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었다. 잡는 상상을 하니 무서웠다. 새삼스럽게. 어릴 적에는 많이 잡았으면서. 어릴 적에는 문방구에서 잠자리채와 통을 산 후 여기저기 다니며 잡았다. 앉아있는 건 손으로도 잽싸게 잡기도 했다. 그렇게 잡은 잠자리를 괴롭혔다. 어떻게 괴롭혔는지는 설명하지 않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잔인했다. 요즘도 곤충채집을 하는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를 잠자리 한 마리가 놀람과 웃음을 주더니, 어릴 적 기억도 소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