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출퇴근길에 버스는 이용하지 않아 지하철용 정기 승차권을 충전해서 다닌다. 사용기간이 10월 4일까지인데 미처 충전하지 못해서 평소 가지고 다니던 신용카드를 개찰구에 찍는데… 유효기간 만료란다. 1분 1초가 중요한 출근시간이라 마음이 급해진다. 서둘러 정기 승차권 충전금액 5만 5천 원을 찾으러 역을 빠져나와 가까운 은행으로 갔다. 무슨 이유인지 국민은행에서 우리은행 카드로 현금 인출하려는데 안된다. 평소에는 문제없었는데 말이다. 당황스러움이 더해지던 때 지갑 안에 있는 남편 카드가 생각났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지 물으니, 안된단다. 지갑 안에 또 다른 신용카드가 있는지 찾아보니 평소 서랍 안에 있던 카드가 보인다. 보육료 결제용으로 평소 가지고 다니지 않는 카드다. 교통카드 기능을 신청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 찍어보자는 마음으로 개찰구로 다시 갔다. 다행이다. 승차 처리가 되었다.
사실, 지갑 안에는 현금도 있었다. 충전하기엔 부족한 금액이지만 일회용 승차권을 구매하면 되었다. 문제는 순간 당황했다는 거다. 차분하게 생각하면 허둥지둥할 필요가 없었다. 교통카드 충전은 다음으로 미루면 되었고, 평소 쓰던 신용카드의 기간 만료도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지갑 안을 차분히 살폈다면 은행으로 가는 수고스러움도 덜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출근길의 다급함에 당황함이 더해지면서 순간 사고가 정지됐다. 요즘 자주 그렇다. 생각이 빨리빨리 전환되지 않는다. 몸짓이 빠른 편은 아니어도 판단은 빨랐는데 요즘 둔해진 거 같다. 나이를 먹어서 일까, 신경 쓸게 많아져서 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