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과 감사
어느 날인가, 아이와 할머니와 함께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엄마 뽀뽀해줘"라는 나의 말에 아이는 "아니야 할머니가 더 좋아" 하면서 할머니에게로 가 뽀뽀를 했다. 속으로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잠시 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엄마와 있는 시간보다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기니깐. 할머니께서 먹을 걸 챙겨주고 씻겨주고 놀아주는데 당연히 엄마보다 정이 더 깊을 것이다. 서운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나의 울적한 감정은 서운함이 아니라 아쉬움이다. 아이와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 그리고 감사함까지. 아이가 할머니와의 정이 깊다는 건 그만큼 잘 챙겨주신다는 의미니까. 아이가 믿고 의지할 분이 있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