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의 한강
3년 전 12월 26일, 새벽부터 시작된 미세한 진통에 나는 분만실에 누워 있었다. 혹시 모를 출산에 금식한 채로. 점심식사 메뉴 이야기를 나누던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며 '배고프다. 병실로 돌아가면 치킨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얼마 후, 갑작스레 비명을 내지르는 나를 향해 간호사들이 달려왔고 잠시 뒤 아들이 세상에 나왔다. 점심시간이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아기를 받아야 했던 의료진에게 감사하다.
아들의 생일인 만큼은 연차를 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출근한다. 탄력근무제 덕분에 아침에 미역국 한 그릇을 챙겨 먹고, 잠에서 깨어난 아이를 안아주고 뽀뽀하고 생일축하 노래도 불러준 후 출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