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씨를 참 못쓴다.
악필 중에 악필이다. 어릴 때 서예도 배워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필체 교정에 좋다는 책도 사서 따라 적어보았지만, 모두 다 실패였다. 글씨에 콤플렉스가 심하다 보니 노트 필기도 싫었다. 누가 내 노트를 보는 게 싫었다.
그런데.. 어느 날..
누군가 내 글씨를 보더니 어린아이 글자 같다고 했다. 첨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놀리는 거 같았다. 하지만 곱씹다 보니 좋아졌다.
예쁘다고 표현하는 글씨체도 좋지만 '순수해 보이는 글씨체도 괜찮겠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꼭 '글씨가 예쁠 필요가 있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이야 옛날만큼 펜을 들 일은 없지만 종종 글씨를 적을 때면 나는 말한다.
"나는 타고난 악필이에요."
내가 웃으며 말하는 건 부끄러워서 아니다. 글자조차 또 다른 나이기에 당당하고 싶어 하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내 글씨가 요즘은 귀여워 보인다. 惡筆樂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