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운세

조지다 말았음.

by 윤지WORLD

가챠가 유행이다.

난 이미 내가 귀엽게 생겼다고 생각하기에 귀여운 그밖의 것을 옆에 잘 두지 않는 편이다.

이런 걸 자아비대라고 하던가. 어쩔테냐.

나는 사주도 좋은 편인데 이건 팩트다.

스스로를 신실한 카톨릭 신자라 믿는 우리 엄마는 대소사를 앞둔 시점에 종종 점을 보러 다녔고

그럴 때마다 난 딱히 궁금하지 않았던 내 엄청난 대운 사주를 듣곤 했다.

그리고 한 귀로 흘렸다. 자아가 비대한 나는 내 의지와 무관한 영역은 쳐다도 보지 않았기에.

참고로 난 무당 저 죽는 날 모른단 말을 더 신뢰하는 편이다. 편이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가면 안 하던 짓을 한다고 했던가.

난 이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오늘 난 가까운 미래의 나의 운을 스스로 점치기 위해 가챠에 손을 댔다.

그것도 혹시 모를 불운에 대비해 두 개나 지불했다.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결과는 참혹 그 자체

8개의 선택지 중 나오면 경악스러운 것들이 차례로 개봉되었다..

정말이지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헛헛한 마음을 안고 이제라도 자유의지를 만끽하러 코노에 가서 타샤니의 경고를 질렀고

한결 개운해진 기분으로 매운맛닭강정과 유자하이볼을 싸들고 귀가하고 있다.

어느새 상쾌한 귀갓길이다.

상쾌한 김에,

하찮은 고찰을 해봤다.

내가 사주가 괜찮은 인간이 맞다면

그것은 내가 선택하는 인간인 까닭일 것이다.

실체가 있을 리 없는 운이 좋게 느껴질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이만하면 괜찮다고 끝내 긍정을 택하는 것.

+

신실한 카톨릭 신자인 모친에게 그간 나에 대한 딱히 근거는 없지만 듣기 좋은 말들을 해준,

하여 송여사로 하여금 얼마간의 내적 평화를 가져다 준 사주쟁이분들에 심심한 감사를 표하며.

+참고로, 이것들을 뽑은 다음날 아주 큰 행운이 있게 되는데..





작가의 이전글이토록 사적인 취향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