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등감일지
타고난 것들이 있다.
표정 손짓 몸선과 같은 것들이다.
성형이나 시술로 안 되고 의식적으로 따라하는 순간 기괴망측하다.
아름다움이 기본값인 현란한 스타의 세계에서도 낭중지추가 되는 건 이것들의 보유 유무에 달렸다고 느낀다.
어떤 손짓 하나에 입덕해서 짤을 한 천 번쯤 보게 만드는 자들이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아니겠는가.
조상탓을 좀 해보자.
엉덩이 땀띠나게 앉아서 성적을 받고
발에 불나게 노동해서 돈을 벌고
뼈를 깎아 미모를 만든다.
인간의 의지란 이토록 찬란하거늘
가지고 태어나야지만 되는 것들을 거저 가진자들은 언제나 찬양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1인의 찬양자인 나는 그들을 탓할 수 없어
내 조상들의 어느 밤엔 삼신할매가 왜 일을 하다 말았는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상으로
BTS아리랑 무대를 보다 지민이의 몸선에 홀려 시간을 너무 뺏긴 나머지 열등감이란 무엇인가를 써내려간 글이었다.
오늘밤엔 청등 아래로 소복 입은 어느 조상귀신이 찾아와 능멸죄로 네가 가진 건강과 작은 얼굴 외 기타 미적요소와 약간의 평판과 아껴 마지 않는 금들을 얀작없이 거둬가겠다며 피부조직이 괴사된 손톱을 드러내는 꿈을 꿀 것 같은 불안이 드는 바,
이만 납작 엎드려 열등감을 뒤로 하고 건설적인 생산활동으로 전환해 본다.
스스로 추앙하라.
S# 공연장 관제실 /오전
한쪽 팔에 도면 끼고 있는 주연, 비어 있는 공연장을 비추는 화면에 시선 둔 채 음향담당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음향담당 (화면 동선 가리키며) 후렴에
이동하면서 파편소리
주연, 끄덕이다 화면 속 공연장에 움직임 감지하고 들여다 보는데 울리는 무전.
E. 팀장님, 엔야 벌써 왔는데요 무대 곧 오릅니다
관제실 관계자들, 예정보다 이른 등장에 분주히 리허설 준비한다.
주연 (무전기에 대고 상황실 연결) 리프트
대기해주세요
잠시후 리프트 올라오고 무대 위의 엔야.
화면 속 한명에 맞춰진 주연의 눈길.
주연 (살며시 올라가는 입꼬리) 잘 컸네
S# 공연장 /오전
무대 리허설 중인 엔야.
후렴이 시작되자 무대 중앙 선로를 따라 동선 맞춰 이동한다.
다른 멤버들과 이질적으로 강현, 어딘가에 시선 고정돼 움직인다.
멀리 모자 눌러 쓰고 있는 주연이 점차 가까워짐에 따라 긴가민가 하는 표정.
공연장 도면 보며 얘기 나누고 있는 주연의 얼굴을 인지했다.
초롱초롱 커지는 강현의 동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