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
혜성같이 등장한 힙한 청년 작곡가.
그의 현란한 어느 새벽에 한적한 대로변에서 명화 속 한 장면 같이 치장한 중년의 여성과 마주한다.
청년은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그녀를 알아온 듯한 기분에 사로 잡힌다.
그와 그녀를 묶은 매듭.
그 끝에서 한번도 열린 적 없던 미지가 열린다.
S# 대로변/ 새벽
올림픽대교방면 중랑IC
한적한 새벽의 대로, 신호에 걸려 멈춰선 스포츠카 한 대.
위로 뚫린 차창으로 울려퍼지는 힙한 노래가 대로를 장악한다.
차 안/
통화중인 젊은 남자.
E. 볼륨 좀 줄여봐 새끼야
아랑곳 없이 사운드에 리듬을 맡기고 정지선에 정차해 역동적인 손 동작을 하고 있다.
E. 대표가 작업 내일까지 되는 거 맞냐고 아침부터 난리도 아니다 한 데까지라도 들려 달라고
은찬 지금 들려 주잖아 그래서
E. 에?지금 이게 그거야? 야 더 키워봐
신호 바뀌고
은찬 나 가야 돼 메일 확인해
시원하게 밟는 엑셀.
적막한 도로 위 분노의 질주다.
다시 적막해진 대로. 얼마 후,
반대편 차선으로 기어오듯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스포츠카.
아예 멈춰선다.
대로변 주유소 옆 통리창의 카페가 보인다.
검정색 원피스에 진주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손에는 레이스 장갑을 낀 중년의 여성이
텅 빈 카페의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있다.
테이블 위로 커피잔 하나 놓여 있고
중년의 여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 밖을 응시한다.
시공간이 멈춘 곳에 박제된 나비처럼 앉아 있는 기이한 중년의 여성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남자.
신호가 한번 더 바뀌고 엑셀을 밟으려다 만다.
남자, 정지선에 묶여 창 너머로 정지된 세계와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