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이었을 때가 나았을까?
이젠 해야될 숙제의 기한이 지나 숙제가 말소된 느낌이 드는 때가 있는 것이다.
내는 자가 있고 기한이 있고 늦었지만 밤을 지새운다면 늦게나마 완수할 수 있는 숙제.
자의와 타의 사이에서 어쩌다 경로를 이탈한 자는 스스로에게 숙제를 부여해야 되는 삶을 살게 됐다.
밀린 숙제의 페이지가 말소되면 숙제를 내는 자의 몫까지 감당해야 나만의 경로에서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또 뒤늦게 알아 버렸다.
밀린 인생이 아닌 다른 인생을 살기로 작정하면서
비로소 남부럽지 않은 부지런한 걸음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템포가 늦은 자의
위안과 눈물로 잡는 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