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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월드 Apr 03. 2024

축가를 한다는 건.

Dream come true

친구가 결혼을 하게 됐고 난 축가를 맡게 됐다.

부부의 세계로 떠나는 서운함을 축가를 부를 설레임이 이겼으니 그걸로 됐다(고 치자.)

아직 한참 먼 너와 나의 디데이에 난 왜 벌써부터 흥이 나는지 크게 솔깃해하진 않는 주변인들에게 대단한 임무를 맡은 홍보팀장인 양 득의양양하다.

나의 축가는 이미 한 차례 전례가 있다.

내가 뱃살만 늘리는 동안 애를 셋이나 낳아 국력에 이바지하고 있는 국보맘 친구의 결혼식에서 나는 첫 축가를 했었더랬다.

얼떨결에 맡은 그 첫경험 이후 다신 그런 영광이 있겠나 했더니 두 번째 드림 컴 트루의 순간이 온 것이다. 

나에게 축가를 부른다는 건 일종의 꿈을 이루는 행위다.

아득한 옛날 남들의 꿈이 과학자 연예인 대통령이던 꾸러기시절, 내 꿈은 어떤 한 장면으로 치환됐다.

엄빠를 따라 뷔페를 먹으러 간 누구의 결혼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한 결혼식장에서 축가를 부르는 어떤 여자 어른 있었다.

각진 검정 수트를 걸치고서 고고하게 선율을 뽑아내던 아우라를 잊을 수 없다.

마치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삼순이가 어릴 적 피아노 선생님이 미니스커트 착 부츠 딱 신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 그 선생님의 이름 따라 김희진으로 개명하려 했던 것과 같달까?

그 축가 여성분은 나의 김희진 선생님이었다.

청소년기에 이르러선 내 꿈이 뮤지컬 배우로 발전해 있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내가 축가를 부르는 행위는,

지난 날의 꿈을 한 때의 호기심으로 흘려 보내긴 심히 아쉬운 현직 강사의 내재된 욕구분출의 장인 셈이다.

해서 난 오늘도 퇴근 길에 코노를 갔다.

각종 아이돌 노래들로 목과 몸을 충분히 푼 후에 축가를 반복하는 그런 혼코노를 즐겼다.

처음에 싸비에 이게 이 지르는 게 될라나 했는데 이젠 쌉가능이다. 난 축가 경력자라고ㅎㅎ

친구야, 나로 하여금 양가감정을 불러 일으키고 너의 의지완 무관하게 내 꿈을 이룰 수 있게 해준 너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복한다! 근데

양심적으로 결혼 전에 해외는 같이 한번 가주라!!!

+절묘한 축가를 내준 안예은님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feat.교복에서 부케까지 -안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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