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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월드 Jul 02. 2024

어떤 그리움

내것이 아닌 것들에 대하여

집에 그냥 있다가 열린 베란다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에 문득,

집에 내내 있다가 쓰레기 버리러 나와서 맡는 밤공기 냄새에 불쑥,

기분이 아프게 설렌다.

돌연한 설렘과 따르는  

이제는 조금쯤 아는 케묵은 나의 감정들

설렘은 과거의 것이고 아픔은 현재의 것이다.

뭐가 날 그렇게 설레게 했을까

돌이켜보면 크게 자랑스러울 게 없는 지난 날들 중

어떤 장면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나는 그렇게 아픈 기분이 든단 말인가.

선명하게 기억해 낼 화려한 날이 기억에 없어 오늘도 설렘과 아픔의 진원지 찾기를 중도 포기한다.


그냥 ,

캘리포니아 어느 국도의 광활함

비 오는 퇴근길의 비싼 외제차들이 밝히는 물빛 광채

요란한 물놀이를 끝내고 어느 바닷가 매운탕집 평상에서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바삭해진 발가락을 비비는 해질녘


내것이 아닌 것들을 동경하던 지난 날의 가능성이 한번 현란해 보지 못하고 이미 희미해져 버린 빛이 된 걸까봐.

내가 가진 것을 안으려고 꿋꿋이 눌러 담다 한번씩 새어 나오는 감당 못할

어떤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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