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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월드 Jul 31. 2024

여름에게

젠장맞을.

서두니까 작문 원칙에 따라 인사는 하지.

안녕, 여름!

어제 니가 좀 지나쳐서 무려 2시간 반을 소요해 간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아사삭 녹는 더위에 그래 여름 니가 설쳐 봤자 지적인 영장류에겐 계곡이란 게 있다 했는데,

오늘 에어컨이 가동중인 실내에서 통유리창에 쏟아 붓어 에어컨과 전기세를 무색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너의 광기에 어제의 내가 조금 하찮아지네.

잘났다 여름아?

근데 내가 또 소음인이라 내부로부터 냉장기능이 있거든 그니까 니가 계속 설쳐대면 내 몸에는 꽤 이로울 거야. 그게 좀 위안이 .

그리고 한 가지 정정할 사안이 있어.

내가 겨울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는 말을 내뱉곤 했거든.

그 말을 취하하려 해.

내가 그간 겨울에 대해 심히 배타적이었고 당장의 추위에 이성을 잃어 여름 너를 긍정적으로 평가 해 버렸어.

이젠 유엔의 파도나 박명수의 바다의 왕자로는 도무지 구제가 안 되는 너를 버리기로 결정했어.

앞으로 나는 여행을 가도 태국 말고 노르웨이에 가고 캐리비안 베이에서 생맥의 시원함 말고 스키장에서 어묵의 따끈함을 즐길 예정이야.

안타깝지만 뒤늦게 매달려 봤자 소용없어.

난 한번 돌아서면 번복이란 없는 이성적인 영장류거든. 그러니 경고하는데,

이제 그만 GET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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