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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Oct 29. 2016

미혹의 인도, 다시 너를 꿈꾼다.

--인도 배낭여행기----마지막회

인도 여행기---마지막 회 


14. 이미지가 없습니다.

 이번 인도 여행에는 노트북을 가지고 갔다. 하루에도 몇 백 장씩 찍어야 야는 인도의 비경과 인도 사람들의 표정과 그윽한 눈을 많이도 찍었다. 그날 찍은 사진은 그날 밤에 노트북에 옮겨 놓아야 안전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백업 작업을 성실히 수행한 셈이다. 저녁을 먹고 샤워를 마친 후 그날 찍은 사진과 메모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진을 보면서 인도의 속살을 더듬었고 고단했던 여독을 푸는 나만의 인도 여행 노하우였다. 아그라의 타지마할과 아그라 포트, 파테푸르 시크리를 보는 일정을 마치고 게스트하우스에 들었다. 인도의 전압은 220~240v로 전압이 불안정할 뿐 아니라 가끔 정전이 되기도 하였다. 샤워를 마치고 사진을 옮기는데 노트북 속도가 느려 터진다. 뭄바이나 바라나시에서는 팍팍 돌아가던 노트북이 아그라에서는 불통에 가까웠다. 인내에 한계가 오면서 마음은 급하고 신경질이 나서 노트북에서 외장 하드웨어 안전하게 제거하기 절차를 생략한 채 쑥 뽑았다. 모든 사고는 조급함 때문이다. 그것이 나의 큰 단점이다. 항상 잘 참지 못하고 조급해하며 신경질적인 성격 때문에 주위의 사람들에게 지적받기 일쑤였다.  
 설~마~설~마하며 떨리는 마음으로 메모리 카드를 카메라에 장착하고 스위치를 올리는 순간 <이미지가 없습니다.>라는 글씨가 보이는 것이다. 오 마이 갓! 눈앞이 노래지고 다리가 후들거려서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이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무리 IT강국인 인도지만 날아가 버린 내 타지마할을 복구할 수 있을지 어찌 알 것이며 해결 방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의 순간적인 조급함과 실수가 원망스러웠다. 담배를 연거푸 피우며 묘안을 생각해 봤지만 한숨만 나왔다. 택시를 대절해서라도 당장 타지마할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카메라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문득 카드리더기가 하나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있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노트북에 꽂으니 아름다운 유백색 타지마할이 하나 둘 온전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사라졌던 타지마할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중국제 카드리더기를 와작 와그~작 부셔서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타지마할과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며 마냥 행복한 밤을 보낼 수 있었다. 세상의 모든 이여! 굿 나이트 굿 나이트하라....  




15. 암베르 포트의 치졸한 코끼리 릭샤왈라

 암베르 포트를 올라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걸어서 가는 것은 경비 절약을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새로운 경험을 위해서라면 코끼리를 타고 성에 오르는 방법도 괜찮다. 1인당 450루피(우리나라 돈으로 11,000원 정도) 조금 비싼듯하지만 어쩌랴! 너도나도 외국 여행객은 거의 다 타고 올라가는 추세니 에라! 나도 코끼리를 타고 올라갔다. 인도를 가기 전 “Happy tour 05 인디아” <혜지원>를 읽은 적이 있다. 자이푸르를 소개하는 챕터의 사진 암베르 포트의 코끼리 왈라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내가 탄 코끼리가 바로 그 사진 속의 사나이였던 것이다.(물론,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나중에 인도 책에서 확인하고 는 놀랐다.) 그런데 그는 돈을 너무 밝혔다. 입장료 문제 때문에 트러블이 있었는데 성에 도착해서도 또 팁을 요구했다. 성으로 오르는 도중 볼펜을 선물로 달라고 해서 주었건만 하는 짓이 괘씸해서 팁은 한 푼도 안 주었다.

16. 비둘기 떼만큼 많은 박시 시떼

 잔시 역 광장에서 거지 모녀를 만났다. 모녀는 릭샤를 따라 쏜살같이 달려왔다. 박시 시를 안 할 수 없겠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 만큼 모녀는 필사적으로 달려왔다. 가까이 다가오더니 배시시 웃으며 손을 내민다. 인형처럼 조그만 아기를 안고 있음에도 그녀의 배는 다시 임신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안쓰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보통은 10루피, 20루피를 주었지만 100루피를 건넸더니 금세 환한 얼굴로 바뀐다, 잘 살아라. 줌마여… 아기야!


17. 해맑은 인도 아이들의 무궁한 호기심

 인도 여행을 하면 길거리나 관광지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이 금방 모여든다. 내가 휴대한 캐논 카메라를 신기한 듯 쳐다보며 오토매틱이냐고 묻는다. 인도에서는 어떤 가전제품이던지 오토매틱이 인기 있나 보다. 어떤 아이는 나를 툭툭 건드리며 입에 손을 갖다 대며 입맛을 다신다. 먹을 것 사 먹게 돈 좀 달라는 것이다. 또 어떤 아이는 노골적으로 머니 머니 하며 손을 벌린다. 구름 한 점 없이 태양은 40도를 웃돌아 온몸은 땀범벅으로 끈적거리고 배낭과 카메라는 왜 그리 무거운지 그냥 휙~ 버리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자동차와 오토 릭샤의 경적 소음에 윙윙 울리는 귀와 젊으나 늙은 장사치들은 번갈아 치근거리고  거지들은 내 옆구리를 툭툭 찌르며 돈을 요구한다. 갈 길은 멀고 볼거리는 아직 많은데 내 앞 길을 계속 턱턱 가로막는 박시 시 박시 시…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결국 내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미리 힌디어 중 ‘짤 로우! 짤 로우! 를 확실하게 알고 인도를 갔어야 했는데 (짤 로우 짤 로우! :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그러나 여기는 인도 아닌가. 나의 수양 부족을 먼저 용서했고 그들의 무례함을 용서할 수밖에 없다.

--뭄바이 중앙역에서, 나를 찍는 아이를 나도 찍었다.

신의 가슴 길  ---이성선(1941 ~ 2001)


인도로 떠날 때는 속으로 중얼거렸네. 거기서 죽고 싶다고.

달뜨는 갠지스 강을 베고 눕거나 사막의 바람 속 모래 위에 지쳐 쓰러져

까마귀 울음소리 들으며 설산을 바로 보고 눈을 감자고
자이푸르에서 이른 새벽길을 떠나려고 밝아오는 거리를 나섰을 때

발 앞에 여기저기 사람들이 쓰러졌네.

낡은 천조각 하나에 몸을 가린 채로 한기 속에 웅크리고 자고 있었네 

가끔 드러난 얼굴이 땅빛을 너무 닮아서 지나다 모르고 밟을 뻔했네.

올려다보는  눈빛이 어찌나 부드러운지 섬찟 숨이 막혔네.

은은히 웃고 있는 눈동자 속이 그러나 아아, 텅 비어 있었네. 얼굴도 몸도 텅 비었네.
희미한 안갯속에 묻힌 그들은 벌레 같았네. 이슬 젖은 꽃 같았네.

쓰러진 주검 같고 주검처럼 아무것도 아닌 지푸라기보다 못한 무(無)였네 
텅 빈 눈과 몸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두려워져서, 이 한없이 깊은 블랙홀,

무 안에 빠질 것 같아서 얼른 지나쳐 자리를 떠났네.

무에 몸 씻으러 여기 온 내가.

신의 가슴 길을 찾아온 내가. 아~아~

에필로그


- 미혹의 인도, 다시 너를 꿈꾼다.

“매혹과 미혹” 매혹은 남의 마음을 사로잡아 정신을 현혹하게 함이고 미혹은 무엇에 홀려서 제정신을 차리지 못함이다. 미혹이란 단어 외에는 수수께끼 같은 나라 인도를 설명할 말이 없는 듯하다. 눈 덮인 산, 고요한 사원, 세계에서 가장 많이 지정된 유네스코 문화유산, 활기 넘치는 축제, 제등이 반짝이는 마을, 끝없이 이어지는 갠지스 강으로의 순례 행렬, 가장 복잡하고 치명적인 혼란으로 들끓는 도시들, 무질서 속에서의 질서, 길거리 아이들,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함으로 인해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나라로 여겨진다. 어디에 가든, 무엇을 하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는 인도는 미혹의 나라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성스러운 곳과 추하고 더러운 곳, 삶과 죽음,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 사람과 소와 개와 염소가 도로를 같이 걷는 곳 이런 극단적인 것들이 유유자적 같이 공생하는 곳이 인도이다. 

잘 계시죠? 아저씨, 아줌마....

               --라즈 카트, 타고르가 마하트마(위대한 영혼)라고 칭송한 간디를 화장한 곳에 세운 추모 공원으로 많은 인도인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입구에는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학문>, <도덕 없는 상업>, <인간성 없는 과학>, <희생 없는 숭배>라는 <사회 악> 일곱 가지가 적혀 있다.


 인도 인구의 83%가 힌두교를 믿는다. 힌두교도들은 세속의 삶이 순환된다고 믿는다. 사람은 태어나고 또다시 태어나며(샨샤라고 부르는 과정), 이승의 삶의 질은 전생의 까르마(업 또는 행위)에 따라 결정된다. 올바른 삶을 살고 자신의 까르마(사회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다음 생에 더 높은 카스트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진다. 반대로 나쁜 까르마가 많이 쌓이면 동물로 태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인간만이 재생의 순환을 벗어나 목샤(해방)의 경지에 이르는데 필요한 자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힌두 교리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사상이다. 힌두 교리에는 생로병사 우주만물의 근원이 들어있다. 암소는 다산과 양육을 상징하고 뱀(특히 코브라)은 다산 및 안녕을 상징한다. 인도의 국화인 연꽃의 중심은 우주의 중심이자 지구의 배꼽에 해당한다. 반얀 나무는 뜨리 무르띠(삼신일체)를 상징하고 망고나무는 사랑의 상징이다. 시바는 망고나무 아래에서 빠르바띠와 결혼했다.

 불가능한 해석을 모두 품고 있는 인도의 저잣거리에 혼자 팽개쳐진 채 간절하게 기다리던 구원의 신호는 어디에도, 누구를 통해서도 전해지지 않았다. 인도에서 마지막 날 빠하르 간지를 다시 찾았다. 그곳은 여행자 거리로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하며 배낭여행자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골든 트라이앵글 (델리, 자이푸르, 아그라)이나, 바라나시로, 꼴카타, 남인도, 북인도, 네팔 등으로 떠나는 곳이다. 일본 여자가 운영하는 클럽 인디아에서 킹피셔를, 인도 방랑기라는 한국식당에서 소주 한 병으로 15박 16일의 인도를 마감했다.

--델리의 인디라 간디 공항의 작품

  인도는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들을 바라보는 나의 편견은 자주 브레이크가 걸렸고, 그들의 끈질긴 그악스러움에 고개를 틀어 외면했으며, 천연덕스러운 거짓말에 번번이 당황했으며, 뼛속 깊은 가난에 침묵하게 했으며, 그들이 이루어낸 문화예술 유적에 예외 없이 함몰당했으며, 그윽하고 검은 눈동자와 해맑은 미소에 매료되었으며, 그리하여 그칠 줄 모르는 데시벨 높은 클락션 소리가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러나 인도를 오매불망 꿈꾸었던 나는 인도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확인하며 인도에 대한 환상을 뿌리칠 수 있었다는 사실은 차라리 눈물겨웠다. 이렇게 나의 인도 방랑은 끝났다…

  나는 다시 인도로 갈 것이다. 그토록 갈망했던 인도에 다녀오는 순간 인도로 향한 병이 재발한 것이다.

그래서 그 희망은 평온하고 행복한 인도인의 모습을 다시 보리라 생각하는 것이리라.

인도, 그곳은 꿈이 아니고 현실이었다. 그러므로 인도, 나는 너를 다시 꿈꾼다.

인도,

그리하여 다시 인도는

무엇인가 영혼을 슬쩍슬쩍 건드리는 신비한 끌림이 
나를 인도하고 있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돌아온 것이다.

 
Good bye India,  Again India!!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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