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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Oct 29. 2016

아! 바라나시여, 갠지스여! 삶과 죽음, 흐르네...

---인도 배낭여행기 ---- 4

인도 배낭여행기---제4편


--아! 바라나시여, 갠지스여! --영혼의 안식처, 가장 인도다운 인도 바라나시! 

 삶과 죽음의 혼돈, 거미줄 같은 바자르의 좁은 골목에 늘어선 작은 가게, 순례자들, 성자, 거리 한 귀퉁이를 차지한  부랑자, 거지, 아이들, 타오르는 시체, 음식과 배설물의 냄새, 그리고 모든 것을 수용하며 흐르는 갠지스 강(강가.) 인도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 모든 이미지를 가진 도시가 바라나시이다. 어떤 것이 가장 인도다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바라나시를 보지 않았다면 아직 인도를 본 것이 아니고 바라나시를 보았다면 인도를 다 본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인도에서 가장 인도다운 도시다.

 젊은 날에는 늘 새벽 상류 쪽으로 가고 싶었지만 이제는 강물의 종착지인 바다와 만나는 그곳, 

갠지스 강, 하류의 저녁 무렵이 사뭇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대의 상처 속에서 비로소 나를 흐르게 하는 갠지스여!
나의 어깨에 온갖 삶의 무게가 짐 지워진다 해서 어찌 고통을 호소하겠는가!
서로의 아픔이 닿아있어 그대의 고통에서 나의 고통을 읽는다

그대여 나의 뿌리여 그대의 상처 속에서 비로소 나인 갠지스여!

 바라나시는 시바신과의 연관으로 성스럽게 여겨지는 갠지스 강을 끼고 3천여 년 이전에 형 성된 이후로 오늘날까지 단절됨 없이 번잡한 도회지로 이어져 온 곳이다. 원래는 순례 성지로서의 이름으로 ‘영적인 빛으로 충만된 도시’라는 의미인 ‘카쉬(Kashi)’로 불렸었고 오늘날의 이름인 바라나시는 시의 북쪽으로 흐르는 바루나 강과 남쪽으로 흐르는 아시 강에서 비롯된 것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에는 베나레스라고 영어 식으로 표기가 되었다. 인도 정부에 의해 1956년 5월 24일, 공식적으로 바라나시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는데 현지인들은 ‘카쉬’라고 부르고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며 흐르는 갠지스 강은 영어명이고 본래는 강가(Ganga)라고 부르고 있는데 강 자체가 신격화된 여신으로서 숭배되고 있다. 강가를 따라 줄지어 있는 가트들은 이곳 최고의 볼거리이다. 성지를 순례하는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목욕을 하고 죄를 사하는 의식을 진행하며 화장을 통해 윤회의 사슬을 끊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는 곳이다. 매년 1000만 명이 넘는 순례자들이 이곳으로 모여들어 목욕재계를 한다. 바라나시는 연일 순례객과 여행객들이 넘쳐나고 망자와 유가족, 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로 분주한 곳이다. 
 바라나시는 힌두교 문화 및 그 연구의 중심지이고 산스크리트 대학, 바라나시 힌두대학 
등이 있다. 힌두교뿐만 아니라 시크교, 자이나교, 불교 등에서도 성지로 치고 있어서 종교적 특색이 짙은 곳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바라나시는 학문과 예술의 중심지이고 미술과 공예, 음악과 춤의 중심지이며, 전통 비단 산업을 위주로 하는 무역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바라나시의 첫인상은 그야말로 CHAOS, 대혼잡(란)이었다.
역을 빠져나오자마자 '헬로헬로'를 외치며 자기 릭샤에 태우려고 우리 일행을 둘러싸며 옷을 잡아당기던 릭샤왈라들 길거리에 먼지와 소똥, 쓰레기들 끊임없이 울리는 경적소리들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인도의 주요 교통수단은 델리, 콜카타, 뭄바이 같은 대도시의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이동수단이 바로 사이클 릭샤와 오토릭샤이다. 릭샤라는 말은 일본어 리키 샤(力車)의 발음이 변형된 말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사람이 수레를 끄는 인력거를 뜻하지만 사이클 릭샤는 자전거를 개량해서 오토릭샤는 오토바이를 개량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왈라라는 단어는 운전수라는 말이다. 그래서 릭샤왈라~릭샤왈라~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사이클 릭샤 건 오토릭샤 건 상관없이 대부분의 왈라들은 목적지에 도착하면 처음 흥정했던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뭐 이런 놈들이 다 있냐며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했지만 비쩍 마른 등짝과 엉덩이를 씰룩씰룩 거리며 걸음보다 느린 속도로 페달을 밟는 사이클 릭샤 왈라 뒤에서 보고 그들의 애처롭고 힘겨운 삶을 이해하려고 하니 그들의 그런 황당한 요구도 어느 정도 용서가 되기도 했다.

 갠지스 강 근처로 가면 땅과 강이 만나는 부분을 계단으로 만들어놨는데 이를 가트라고 부른다. 각각 이름이 다른 계단 모양의 크고 작은 가트는 갠지스 강을 따라 길게 쭉 이어져 있다. 대부분 힌두교를 믿는 인도 사람들에게 갠지스 강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강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갠지스 강은 일반적인 강이 아니라 신의 강이다.

 갠지스 강을 강가(Ganga)라고 부르고 어머니 신인 강가 여신을 신성시하고 있다. 그들은 갠지스 강으로 향하는 길은 신과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길이고 강물에 몸을 담그는 순간 신과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강가에서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도인들은 이 어머니의 강에서 목욕을 하면 자신의 지은 죄가 씻겨지고 죽은 뒤 화장해서 갠지스 강에 뿌려지면 윤회를 벗고 해탈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때문에 '성지’ 갠지스 강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순례자들과 시신들로 늘 붐비며 가트라 불리는 돌계단은 죽은 사람의 시체를 태우는 화장터로도 함께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화장터에서 사진을 찍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도 그렇지만 절대 금지로 되어있다. 보트를 타고 갠지스 강에 나가 망원렌즈로 찍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다. 어제까지 숨 쉬고 있었을 사람들이 한 줌의 재가 되는 과정을 응시하면서 인생무상을 생각하고 윤회와 해탈을 조용히 생각해보는 것이다.

  뿌자 의식은 매일 밤 갠지스 강의 강가 여신에게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그들의 삶이 평온하도록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현생의 업을 깨끗이 씻고 해탈을 할 수 있는 장소인 동시에 인도 제일의 여행지로서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해주는 갠지스 강에 대해서 인도인들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수행 중에 있는 시바신을 깨우기 위한 뿌자 의식. 3명의 브라만 사제가 불로~  연기로~ 공작 부채로~ 열심히 시바신을 깨운다. 우리나라 꽹과리나 징, 나팔과 비슷한 악기를 계속 불어대서 정말 시끄럽다. 저녁 7시에 시작해서 거의 3시간 가까이 행사가 진행되는데도 자리를 뜨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인도인들의 신앙은 대단하다. 하지만 문득 지배층이 신앙을 무기로 서민들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그렇게 힘들게 사는데~ 정말 못 사는데... 아무런 불만 없이 사는 거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인가....

 바라나시, 가야 할 곳을 묻지 않고자 하는 방랑자가 그저 조용히 흐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이 또 어디 있으랴. 스쳐가는 것들이 일상으로 함몰되며 심드렁해질 때면 바라나시의 대혼란과 뜨거운 순례행렬을 쫓아가고 싶은 심정이 불쑥 일어났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 인도의 재단된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아니 그런 모습이 진짜이길 바라며 내 것이 아닌 타자의 인도를 찾을 것이다. 하지만 여행, 특히 인도 여행은 타자로서 누리고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곳에 가든 사람이 산다. 여행은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얘기하는 것, 그들의 모습을 내 눈으로 바라보고 내 모습을 그들이 바라보는 것, 그러면서 그곳의 풍경들과 삶들과 내가 대화하는 것이리라.
 그런 마음으로 나는 인도를 다녀왔고 바라나시는 인도 중에서도 더욱 특별히 인도다웠기에 여기 다시 적고 사진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가 인도를 다시 간다면 제일 먼저 갈 곳은 바로 바라나시, 갠지스 강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5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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