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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Nov 17. 2016

마음속 여행과 느림보 마음

-- 상상 여행을 떠나는 느림보,   느릿느릿 흘러가는 창밖의 구름 


느림보 마음이 창밖을 봅니다.
이병률을 읽다가 그루지아에서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어느 저녁 무렵 국경 근처 기차역 풍경을 그려보기 위해 세계지리부도를 폅니다.

유럽쯤이겠지 하고 펼치니 터키 바로 옆 아제르바이잔은 쉽게 찾았는데 그루지아는 안보입니다.

인터넷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하! 조지아가 그루지아군요. 에스파야가 스페인이듯... 이병률의 <어느 저녁 무렵의 국경 역> 그 페이지 여백에 터키, 시리아, 아르메니아, 그루지아, 아제르바이잔, 이라크, 이란, 레바논 등 근처의 나라들을 삐뚤삐뚤 그려 넣습니다.


 세계지도 속 유럽도 따스한 겨울이고 삐뚤삐뚤 아침을 지나 런치타임일까요?

얼마 전 방학 때 다녀온 후 한 권의 근사한 여행기를 나에게 증정한 어느 친구의 환상, 에스토니아 탈린의 넵스키 성당과 툼페아 언덕, 경이로운, 핀란드 헬싱키의 백야도 보입니다.

맛있는 풍경과 달콤한 나라를 나눠먹는 런치타임입니다.

유럽 전도를 보면 내가 떠돌았던 곳과 이렇게 책을 통해 여행하는 곳이 종종 중첩되어 즐겁습니다.

유럽의 두 번 방랑, 25일이 주마등처럼 아스라이, 간신히, 쓸쓸하게, 행복하게 밀려옵니다.

지난 과거는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 다행입니다.



누구나 쉬어 갈 곳이 필요합니다. 한 시간 정도, 푹 젖어 있는 마음을 말리거나, 세상의 어지러운 속도와 불쌍한 소음을 잠시 꽉 잡아매 두기 위해서는 잠시 쉬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느 저녁 무렵 국경 근처 역에서 기차가 한두 시간 정차하듯이, 바람이 숲 속에서 잠시 낮잠을 자듯이 말입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어느 시간의 한 쪽 모퉁이에서 잠시만이라도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필요합니다.

체코 속 또 다른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

책을 읽으며 작가가 여행했던 나라들, 세계지도를 펴놓고 찬찬히 따라가 보는 것도 괜찮은 놀이입니다.

따스한 국물 같게 외로워 목이 칼칼하게 잠시 쉬는 런치타임입니다.

겨울의 초입이지만 매서운 추위가 책을 펼치게 하고 생각의 거처를 이리저리 옮깁니다.

상상여행을 떠나는 이런저런 느림보 마음이 창밖의 구름을 봅니다.

프랑크푸르트 뢰머 광장

 


파티마 성당


파티마 성당의 일몰


알함브라 궁전


모레나 산맥을 넘어 정의의 기사 돈키호테가  공격했던 라만차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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