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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Nov 21. 2016

다낭, 홀로 여행 - 1

-- 자유여행, 그 쓸쓸함과 어지러움에 대하여

다낭 여행 일정, 내가 짰지만 정말 멋진 계획이었다.  


2.7(일) ~ 2.13(토)까지 5박 7일, 

다낭, 호이안, 후에를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정말 갑자기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길 줄은 몰랐다.

인터넷으로 다낭, 호이안, 후에를 스크랩하고 공부하고 다낭 여행 책을 통해 여행 계획(5박 7일)을 마무리하여 출력해놓고 모 저가항공사로 인천-다낭 왕복 43만 원을 결재까지 하고 나서 딱 일주일 만에 회사에 큰일이 터진 것이다.

 1.31 본부의 설연휴 감찰 팀으로부터 회사의 큰 잘못이 지적된 것이다. 부서장인 나로서는 뒷수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일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승진에서 누락될 수도 있기에 항공권과 호텔까지 금액을 전부 지불 한 이번 여행을 포기하는 게 순리인 것 같았다.

물론 항공사와 인터넷 호텔 사이트에 약간의 페널티는 감수해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사실 2.6부터 2,10일까지는 설 연휴이고 2.11~2.12 이틀만 연차를 내면 9일 동안의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것이다. 옆 부서의 모 부서장과 몇몇 직원들은 샌드위치 이틀을 연차 내고 오키나와를 여행한다고 했다.

다낭 새벽 한시에 도착하여  겨우 잠만 자고 일어난 다이아 호텔, 아침 식당에서, 꽃화분이 단아하다.

회사 퇴직 전에 명절 연휴를 나에게 한번 전부 투자하기로 작정하고 고향의 어머니에게는 일주일 전에 미리 가서 세배 돈도 드리고 인사를 올린 탓에 여유롭고 호기롭게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것이었는데...

혼자 해외여행을 떠나지 말라는 주변의 뜻인가?  

 여행을 못 가게 된 것은 몹시 속상했다. 그것도 회사일로 못가게 되었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욱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모처럼 황금 기회였는데... 샌드위치 이틀간 (2.11~12) 연차를 취소하는 건 당연했다.

이번 설은 고향에 안 가기로 작정했지만 다시 간다면 어머니는 좋아하시겠지? 

다낭에서의 첫 식사는 베트남 쌀국수, 역시 현지에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알게 되는 법. 

본부의 지적을 받고 근무하는 일주일은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지만 막상 2.6 토요일, 설 연휴가 시작되자 견디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과 고통에 빠져 들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부하직원들의 몇 가지 잘못들, 회사 사장의 그릇된 판단과 관행적인 사고와 무리한 추진, 담당 부서장인 나의 우유부단함과 통제하지 못한 결단력 부재에 대한 반성 등 여러 가지 회한과 후회로 일주일 동안 술을 마시며 나를 질책하고 괴롭혔으니 심신이 지칠 대로 치친 것이었다.

정말 착잡하고 괴롭고 어지러웠다.

다낭 대성당, 호텔에서 아주 가까웠다. 다낭의 볼거리 중 처음 만난 성당의 엄숙함으로 인해 결코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여행의 스타트를 끊었다. 

“이런 죽고 싶은 심사와 표정으로 고향에 가서 어머니를 못 뵙지... 그래? 그럼 국내 어디든지 한 4일 동안 여행을 떠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2.6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간  

“그래 갈려고 계획했던 다낭을 다시 가는 거야! 7일이 아니라 설 연휴, 4일 동안만, 2.11(목)은 근무를 해야 하니까! 다낭 호이안 만 보고 오는 거야”

부랴부랴 항공권을 검색하였다. 맙소사!!, 아니, 오마이 갓!!! 

순전히 설 연휴(2.7~2.10) 기간의 다낭 항공요금은 74만 원이었다. 그것도 몇 장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딜레마에 빠졌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43만 원짜리 항공료가 31만 원이나 더 비싸 진 74만 원이라니...

밤늦게 까지 여러 시간을 고민과 사투를 벌이다가 사이트에서 다낭 비행기표를 클릭하고 말았다.

이틀 연차를 내면 내가 받을 연차비와 비싸진 항공 차액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게 초스피드 다낭 나홀로 자유여행을 하게 되었다.

론다리(cau rang/Dragon Bridge), 다낭시를 관통하면 흐르는 한강(Song Han)에 2013년 건설

비행기 표를 티켓팅하고 불과 15시간 후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 깜짝 일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조금은 무모했다. 그러나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는 부질없는 짓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로 했다.

다낭에 도착하면 00:20분, 첫날은 호텔을 예약하는 게 맞고 나머지 이틀은 그동안 공부하며 계획했던 호텔로 무작정 찾아가서 체크인하는 형식으로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볼거리, 먹거리는 인터넷이나 책자를 보면 만사 오케이, 교통편이 약간 고민되기는 했다.

7일짜리 여행 일정에서 후에만 빼고 4일을 여행하면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테니까.

아쉬웠지만 어디든 떠나지 않고는 5일간의 긴 설 연휴를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디낭에서의 첫 인연 -- 그  사람의 이름은 사기꾼. 나쁜 넘!

해외자유여행에서는 항상 계약서를 쓰고 행동해야 한다. 아무 종이에 대충 적어 사인을 받는다. 아니면 스마트폰으로 녹음한다.

--- 이 사람, 내가 다낭의 드래건 브릿지를 구경하다가 만난 사기꾼, 나쁜 넘!, 시내를 한 바퀴 돌아 용다리를 관람하는데 분명 10만 동(약 5천 원)이라고 해서 인력거를 탔는데 다 돌고 나서 20 만동이라는 거지. 여러 번 말싸움을 하다가 또 지나치게 열을 올리기에 치사해서 모두 주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도 속상하고 괘씸하다.

사기꾼 인력거를 타고 둘러보다가 찍은 사진

--- 길이 666m 행운의 다리, Dragon Bridge

 드래건 브리지는 말 그대로 용 모양의 다리이다. 용의 머리가 향한 부근에 수상카페와 레스토랑, 러브 브리지, 요트체험장 등 다양한 볼거리들이 생기고 있다.

백미는 매일 밤 9시 정각에 열리는 이벤트로 용이 불을 뿜어 내는 모습을 한강 복판 배안에서 보는 것,  

나는 애석하게도 호텔에서 보았다.

그것도 우연히 창밖을 보고 있는데 용의 머리에서 불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이 사진은 매우 흐리지만 18-200mm 렌즈(일명 여행용 렌즈)로 찍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유람선들이 한강(Song Han) 용다리 근처로 모일 때만해도 몰랐다. 선상에서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이었는데...




이 친구, Mr. Hung, 만난건 행운이었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다녔다. 마지막 날도 이 친구를 불러 투어를 마무리 하였다.

시내관광(까오따이 사원, 참박물관, 호찌민 박물관, 마블 마운틴)을 30만 동 부르는데 25만 동 주기로 계약서를  깨끗하게(?)  쓰고 오토바이 뒤에 타고 다녔다. 25만 동(12,500원 정도)

까오다이 사원, 사원 본당의 천안(진실을 꿰뚫어 보는 눈)


호치민 박물관


참박물관의 조각상들


참박물관 전경
마블마운틴 가는 길, 미케비치


오행산(마블마운틴), 산 전체가 대리석

---오행산 (마블 마운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베트남 성지, 다섯 개의 봉우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 나무(Moc Son), 금속(Kim Son), 흙(Tho Son), 불(Hoa Son), 물(Thuy Son)을 나타낸다.

원래 힌두교 성지였지만 지금은 불교 성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석회암 용식 작용으로 인해 봉우리마다 수많은 천연동굴을 품고 있는데, 가장 큰 봉오리의 경우 하늘로 난 구멍을 통해 동굴 안으로 빛이 들어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투 이선은 마블 마운틴 전체를 둘러보기에 좋은 전망대다.

주변 상가 공방에서는 대리석 제품 시공과정을 볼 수 있다.

투이선 마운틴의 화려한 사원


가장 크고 높은 투이선 마운틴을 오르는 방법, 걸어서, 엘리베이터로...


시내 관광을 마치고 호이안으로 가야 한다.

Mr. 홍과 18 만동을 더 주기로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시내 관광 25만 동, 호이안까지 드롭 18만 동 총 43만 동인데 팁 포함 50만 동 (25,000원 정도) 주었다.

나를 호이안까지 드롭 후 다낭으로 돌아가는 Mr. Hung--100cc 작은 오토바이를 타고 호이안까지 오는데 춥고 위험도 느끼고 택시보다는 엄청 싸지만... 추천할 바는 못됨.

 

호이안은 15~19세기 동안 중국, 인도, 네덜란드, 일본 등의 상인들이 드나들며 무역업으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다. 각국의 집단 거주지역의 흔적이 구 시가지에 많이 남아있다. 199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소소한 박물관들과 사당, 상인회관 등 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골목 곳곳에 숨어있다.    

호이안의 고풍스러운 모습


호이안의 '내원교' 지붕 덮인 일본인이 건설한 다리

호이안의 대표적인 명물인 '지붕 덮인 일본인 다리'는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인파들로 상시 붐빈다. 1590년대 일본인들이 중국인 거주지역과 쉽게 오가기 위해 건설한 다리로 명칭은 '내원교'이며, 호이안의 상징과도 같다. 베트남 돈 2만 VND에도 이 다리가 인쇄되어 있다. 지붕 위의 굽이치는 용문양이 역동적이다. 옆에는 조그만 사당도 함께 붙어 있다.   
 노란색의 옛날 가옥 800여 채와 입장권을 보여주고 들어갈 수 있는 꽝지에우 회관, 꽌꽁 사당, 쩐 씨 가문의 사당, 호이안 역사문화박물관, 푹 끼엔 회관들이 있다.  
중국 상인들이 건축한 건물들은 광둥성이나 푸젠 성 등 각 출신지역의 건축양식을 도입해 한껏 멋을 부려 지어졌기에 다양한 건축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본과 중국, 베트남 건축물의 혼재다.


베트남 사람들의 명절 투전판, 젊은 아줌마가 NO, PHOTO! 했다.  돈을 잃었는 갑다.


베트남도 우리 처럼 구정이 설날 명절이어서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호이안에서 점심--Pork쌀국수 35. 타이거 비어 Big 25. 빤쎄오 35. 화이트 로즈 35. 총 130.000동(7,500원)

여유롭게 2시간 동안 베트남의 음식을 배부르게 즐겼다. 싸다. 가격이 무척 착하다.

세계적인 쌀 생산국이 만큼 베트남은 쌀로 만든 다양한 음식으로 유명하다. 쌀국수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 포 pho,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하노이 일반 식당에서 먹고 나서 더 유명해진 분짜 Bun Cha, 전통 비빔국수 까오러우 Cao Lau, 매콤한 쌀국수에 고기 고명이 들어간 분 보후에 Bun Bo Hue, 우리의 만두피처럼 얇고 동그란 쌀떡으로 만든 반 베오 Banh Beo, 마치 장미 꽃송이처럼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은 베트남 딤섬 화이트 로즈, 이 정도만 먹어보면 베트남 유명한 음식은 거의 먹은 셈이다.

 베트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pho(쌀국수, 포, 퍼) 일 것이다. 쌀국수에 뜨거운 육수를 부은 후 고추, 양파, 향채(향이 짙어 조금 넣어야 함), 고기(닭, 돼지, 소고기)를 넣고 먹는 담백하고 맛있는 국수이다.  특히 pho는 하루에도 4~5번을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특히 다낭 성당 앞 노천식당의 pho 40,000동(약 2천 원, 35,000동도 있고 40,000동도 있음)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먹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호이안의 구시가지--과거의 영화가 물씬 풍긴다.


이들의 키스 장면을

일부러 찍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내 카메라 프레임 속으로 갑자기 들어온 것이다.

정말 도촬 아니었다.

구시가지의 커피숍과 옷가게


호이안의 상징과도 같은 무수히 많이 걸린 오색등


구시가지 들어가는 입구 현수막, 이곳을 기점으로 많이 돌아 다녔다.


투본강 유람선을 타는데 50,000동(2,500원) 정도


노부부의 어둑어둑 디너


홀로 여행자의 쓸쓸 디너 -- 베트남식 뽁음밥과 사이공비어 한병


야경이 더욱 아름다운 투본강 산책


구시가지 안의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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