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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Nov 22. 2016

다낭, 홀로 여행 - 2

-- 자유롭다고? 시간에 굴복, 얄팍한 볼거리 정보에 또 항복....

나 홀로 떠나는 자유여행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는 시간에 굴복당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불만이다. 당초 5박 7일의 여행이었지만 3박 5일(다낭, 호이안에 머무는 날은 딱 3일임)로 단축된 여행 일정 때문에 후에를 제외한 다낭과 호이안을 대표하는 볼거리를 다 봐야 한다는 시간 사용에 대한 강박관념이 나를 옥죄었다.

 

여행 첫날은 인천공항에서 밤 9시 10분에 이륙해야 하는 비행기가 80분이나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저가항공이라서 그랬나?) 다낭공항에 도착하니 그다음 날 새벽

02:00, 철제 새시로  굳게 닫힌 다이아 호텔 문을 쾅~쾅 두드려

(배짱도 좋았지, 그러나 그 호텔은 예약되어 있었고 문이 안 열리면 해외에서 첫 노숙자 신세가 될 판이었기에...) 겨우 새우잠만 자고 7시에 일어났으니 2.7 하루는 그냥 허비했다.

    
왜 여행을 하는가
 
 사람들은 여행이란 왜 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언제나 충만한 힘을 갖고 싶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여행이란 아마도
 일상적 생활 속에서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는데 필요한 활력소일 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한 달 동안에, 일 년 동안에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은 체험해 보기 위하여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들 말이다.
 그 감각이 없이는 우리가 느끼는 그 어느 것도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 장 그르니에, 선집 1 '섬' 중에서 -

 

호이안에서 돌아온 후 용다리 야경을 보아야 한다.


용다리 야경 1


용다리 야경 2


용다리 야경 3


한강 유람선


드래건 브릿지 야경 4


한강 유람선 2



 

용다리가 보이는 호텔에서 아침식사, 뱀부 그린호텔 별 두개 35,000원



다낭 시내 관광도 그랬다.

그냥 꼭 들려야 할 곳을 마치 점찍듯, 인증 사진 몇 방 찍고는 서둘러서 금방금방 돌아다녔는데도 시간이 부족했다.

다낭 대성당, 참 박물관, 호찌민 박물관, 드래건 브리지, 까오다이 사원, 마블 마운틴을 보는데 오후 1시가 넘어 반나절 이상이 소요되었다. 그나마 Mr. Hung을 드래건 브릿지에서 만나 다낭 시내 관광은 필요한 곳만 다닐 수 있었고 호이안까지 드롭해 주었는데 시간과 경비는 절약될 수 있었지만 그래도 여행 만족도는 크게 낮다. 왜일까? 여행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스토리가 안 만들어지는 여행이어서 그런가.      

두 번째는 사전에 미리 공부하고 간 여행정보에 구속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 괴로웠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 채 발길 닿는 데로 여기저기를 다닐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이것을 꼭 봐야 돼, 거기 가서는 그 음식은 꼭 먹어야 돼, 여행루트는 시내 관광 후 마블 마운틴을 보고 호이안으로 가야 하고 다음 날은 하이 번 고개와 바나힐을 봐야 해, 호이안에서는 구시가지에서의 산책, 내원교, 투본강 유람선을 타야 해” 등등....지나고 나서 보니 치밀하게 잘 짜인 여행 일정은 단지 참고사항일 뿐, 대충 그 일정대로 흉내만 낼뿐, 그 여행 계획대로 움직이기에는 시간도 부족했고 볼거리에 대한 지식도 일천하여  여행 후 누군가 말했지만 사진만 남는 게 홀로 여행, 자유여행이라는 미명이었다.



영응사 가기 전 바닷가 쪽배와 작은 어선이 가득하다.


선짜반도에 있는 링 엄사(영응사) 높이 68m의 해수관음상으로 유명하다. 2003년에 건립된 링 엄사(靈應寺)는 <비밀의 사원>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다낭 시내에서 자동차로 15~20분 거리인 선짜반도 아래 산 중턱에 있으며, 높이 68m의 해수관음상이 다낭시와 그 해변을 굽어보고 있다. 다낭의 뷰포인트로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 곳은 다낭 시내가 시원하게 보이고 바구니 쪽배를 한 번 타보아야 한다.

저 멀리 다낭 시내의 마천루가 희미하게 보인다.


68m의 링엄사 해수관음상(Mr. Hung은 lady Budda라고 불렀다.) 여자 부처인가?


링엄사 위에서 내려다 본 다낭시내와 아름다운 해변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은 자신을 비우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렇게 보통 철학자처럼 이야기하는 여행기나 책을 보아왔지만

비우기는커녕 어지러운 생각들과 시간의 강박이라는 조폭과 얄팍한 여행지식이라는 위선을 대신 가득 채우며 다낭과 호이안을 다니고 있었던 건 아닐까.

단지, 내 일상에서 잠시 잠깐이라도 벗어 날 수 있었다는 위안 같은 거, 아니면 나를 힘들게 했던 수많은 연결과 연민들에 대한 도피나 회피 같은 거, 그것도 아니면 어차피 인생은 한 번인데 즐겨야 한다는 막가파 의지, 또는 지루하게 반복되는 가정과 직장을 잊는 유일한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심리가 작용하였으리라.


해수관음상 그 크기에 압도당했다.


둘 다 웃는 상이 재밌다.


링엄사 절, 처마의 선과 장식이 예술이다.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갔느냐가 아니라 어떤 여행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여행은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여행 도중에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심리적 이동(이질적인 - 문화, 제도, 자연, 사람, 인정, 슬픔, 동조 등)까지 세밀하게 느껴보는 것이야 말로 여행의 진수를 맛보는 것일 테니까.


 

하이반 고개 오르는 중 멋진 해변 1


그림같은 해변, 하이반 고개 정상에서 내려다 봄.


하이반 고개     

해발 1,172M의 하이 반고개 (Hai Van Pass)는 15C에는 베트남과 참 파 왕국 사이의 국경이었으나 지금은 다낭과 후에의 경계선이고 50여 년 전 남북 베트남의 경계선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가장 높고 긴 고갯길로 남북으로 이어진 도로가 이 고개를 통과해 20킬로 미터 가량 구불거리며 이어진다.  

기후적으로도 경계가 되어 북쪽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은 바다까지 이어진 트루옹 손 산맥에 가로막혀 남쪽으로 내려가지 못한다. 하이반은 '바람과 구름'이라는 뜻으로 평소에는 항상 구름에 가려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꼭대기에는 프랑스 식민지 시절 건설한 요새의 흔적이 남아 있고,

베트남전 당시 베트남군과 미군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라고 한다. 산아래로 터널이 최근 뚫렸다.  

저기 저길로 가면 고대도시 후에로 갈 수 있다. 아쉽게도 다음에 가야겠다. 


후에 --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적지에 등재된 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도읍지, 우리나라 경주와 같이 도시 전체가 박물관 같은 곳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쉽게도 못 가게 되었다.


하이반 고개의 휴게소, 먹거리는 없고 기념품을 팔았는데 와그리 비싼지, 가격만 한 번 물어봤다.


고개에서 내려다 본 아름다운 해변


식민지 시절의 프랑스 군사 요새


Mr.Hung이 하이반 고개를 못찾아 많이 헤맸다. 고개 정상 휴게소에도 먹을게 없어 다낭 시내로 복귀하여 늦은 점심을 쌀국수와 후다로 때웠다. 베트남에서 최고 맛있는 성찬이었다.


여행에 관한 기록은 여러 종류가 있다. 어떤 여행기나 책은 실용적인 삶의 모습을 재현하는가 하면 또 어떤 것은 몇 시에 어디를 출발해서 얼마가 걸린 후 어떤 곳에 도착하여 어디 어디에서는 사진을 꼭 찍어야 하며 무얼 먹고 무엇은 꼭 보아야 하고 사야 할 것들을 챙기는 그야말로 1박 2일 여행 완성을 협조하는 가이드 형태가 있다.

 또는 폼을 좀 재가면서 영혼 여행이니 자아발견을 위한 여행이니 하면서 자기의 정체성을 찾을 것을 은근히 부추기는 책과 여행기가 있다. 이런 여행은 마치 그곳에 가면 무조건, 쉽게 자아 찾기가 완성된다는 투이다. 황폐해지고 고독해지기를 밥 먹듯 하는 현대인의 정신 고양과 영혼 위무를 미끼로 꽤 오랫동안 인기를 모았던 인도와 네팔 여행에 관한 기록이 대개 이렇다. 때론 걷기 열풍에 따라 전문적으로 걷기 좋은 길에 대한 책들이 서점을 뒤덮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떤 책은 이도 저도 아닌 그렇고 그런 이야기를 누구나 가면 겪고 체험하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아주 현학적으로 늘어놓은 비겁한 여행기와 책도 있다.


 


바나힐 입장료가 55만동이어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


길긴 길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


바나 힐 Ba Na Hills

 해발 1,500m에 자리한 테마파크, 정원, 사원, 호텔, 레스토랑, 놀이공원 등이 모여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5,200m의 케이블카를 타야 한다. 수오 이모 역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바나 역에 도착해 린웅 사원과 리자 린디 아모르 정원, 디베이 와인 저장고 등을 돌아보고 디베이 역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모린 역에 도착하면 프랑스 마을이 펼쳐진다. 고풍스러운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셀카 족과 웨딩 촬영을 하는 신혼부부가 눈에 띄고 항상 북적인다.   

정상에 오르니 마니 추웠다.


일차로 오른 해발은 1,335m, 길이는 5,042m


조화로 만든 등


하늘 위 테마파크


하늘 정원


사원의 온화한 좌불상


케이블카 타고 오르고 모노레일 타고 또 한번 오르고


구름도 산도 모두 발아래


솜 이불 같은 열대우림, 떨어지면 폭신폭신



위험했지만 오토바이 뒷좌석에서 사진 찍는 나,  프로정신이라고 추켜 세우고 싶지만 So sorry!!


<인생은 곧 여행이다>라는 말이 있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은 속내가 웅숭깊어진다. 지구촌의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결코 옹졸하지 않아 모든 곳에서 인정받는다.

그래서 여행의 진정한 의미는 목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 있으며 여행을 하고 나서 이렇게 여행기를

쓰는 것은

자신을 가끔 반추해보는 그 과정의 훌륭한 마무리인 셈이다.


 

공항 가기 전 맛있는 쌀국수 등 베트남 음식을 다른 현지인에게 소개 받았는데 시장에서 먹은 건 꽝!!


그래서 이집, 하노이 쌀국수집, 최고


무튼, 맛있었음.


미스타 훙은 다낭공항까지 나를 태워 주었다.

많이 고마웠다.

하이 반고개, 바나 힐, 시내 마지막 투어 등 그 수고로움에 넉넉하게 하루치 대금을 주었다.

그러나 공항에서 담배를 나누어 피우고는 헤어지는 찰나 "팁 좀 주세요" 한다.

프리라고 해놓고....

그러나 궁핍하게 사는 그의 집에도 들렸고 (호이안까지 가자니 바람막이 옷 가지러 갔었다)

20만 동의 팁을 주고 우리는 헤어졌다.

공항에 세워놓은 미스터 Hung의 오토바이.

나를 다낭시내관광 호이안, 하이반,바나힐,링엄사 먼 곳까지 태워 준 Mr.Hung의 오토바이, 바나힐 가기전 펑크가 나서 1시간 동안 대로변에서 기다리게 해준 고마운...  


돌아 가는 길 ... 다낭공항을 찍은 이유는 진한 아쉬움 또는 그리움 그리고 회한, 후에 때문에 다시 거쳐야 할 곳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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