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동창에는 새벽이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침묵이 가장 잘 보일 때는 음악이 막 끝난 후 입니다.
꽃 몽우리 터지는 소리, 풀잎이 이웃끼리 어깨동무하는 소리, 하얀 구름이 손 흔드는 소리, 새를 잠재우는 나무의 자장가 소리, 고단하게 잠든 숲의 잠꼬대 소리, 밤마다 쏟아져 내리는 별들의 눈빛 소리, 새벽 강이 눈 뜨는 물안개 소리, 산 꿩이 방귀 뀌는 소리, 소나무가 바람에게 부채질하는 소리, 대관령을 힘들게 넘는 안개의 탄식소리, 아이들에게 인사 나누는 운동장의 태극기 웃음소리, 차선생 교향곡 5번 4악장 총주에서 소름 돋고 커튼콜에서 눈물나는 소리, 12월이 1월에게 안부 전하는 소리, 실내를 맴도는 커피향의 은은한 소리, 함박눈이 소복소복 마을을 하얗게 색칠하는 소리, 그 눈 위로 겨울햇살이 머무는 따스한 소리, 달달한 당신이 아침저녁으로 말을 건네 내 몸에 새순 돋는 소리……
갈등과 모순의 만들어 지는 소리보다 순수한 울림과 자성의 음악 같은 소리가 그리워집니다. 어느 곳이던지 고요함을 간직한 곳은 없습니다. 힘 센 도시의 폭력적 소음과 가일층 진화된 문명의 비겁한 소리가 우리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소리가 맛있게 써지는 날까지 소리의 무질서와 혼돈을 사랑해야합니다.
나는 시시로 편재 해 있어 잘 듣지 못하고 때때로 이 세상에 부재중이어서 소리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