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향기 한 마리

--어떤 노스님을 가만가만 따라 하다.

by 백도바다

풀향기 한 마리

어른 키 두 배나 되는 높은 옹벽에서 떨어진
메뚜기 한 마리 콘크리트 마당을 뛰네
사실 너무 작지만 튀는 놈은 보일 수밖에
자세히 보니 다리가 하나 뛸수록 제자리로
돌아오는 원을 그리고 날개도 없는 햇메뚜기네
다리 하나로는 밤새 뛰어도 옹벽 너머
푸른 숲으로는 영영 못 오를 놈
왠지 마음의 불구인 나를 닮았네
저 숲 속에 이런 것들 잡아먹는 개구리,
도마뱀 같은 천적이 득실거려도
나는 이 풀향기를 가만히 들어
옹벽 너머 풀 속으로 던져 넣었네

오랜 비 그친 보도블록에

길 잃은 지렁이를
잔디공원으로 살며시 돌려보내는

어떤 노스님을
가만가만 따라 해보는 것 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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