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전되었다.

--지친다.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by 백도바다


나는 방전되었다


바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다.

바람도 때론 나처럼 길을 잃는구나.

한 겨울

9층 아파트에 날아든 무당벌레,

쌀알만 한 등에 눈이 쌓여 작은 해처럼 반짝였다.

하루에 한 번은 바다에 간다.

가슴을 후벼 파는 파도, 파도 위를 걸으며 무심히 사라지는 바람,

바다의 손이 파도인가 바람인가 묻기도 했다.



*고래를 기다리며....

사위는 정전되었는지 몹시 어두워진다.

이미 나는 방전되어 어둠 속에 잠시 정지 해 있는 바람이거나

달빛에 꼼짝없이 체포되어 있는 해송이었다.




별들이 내는 숨결 소리가 아니었으면 여기가 사각형 무덤인 줄 알았다.

파도가 말리지 않았으면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을

든든한 초병처럼 검문검색하여 그들의 집으로 돌려보냈을 것이다.



나는 파도에 깎이고 바다에 함몰되어 이미 방전되어 추운 줄도 몰랐다.

나를 방전시킨 것들을 한 번씩 호명하며

오늘도 남항진 밤바다를 천천히 걷는다.

고래는 이제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 사람들은 바다가 고래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기도 하였다.
몇 년 전부터

이 바다를 계속 걷고 있는 우리들 마음의 바다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곤 했다.

고래처럼.....


*고래를 기다리며 :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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