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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Dec 02. 2016

불혹 또는 부록

--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詩--1

이야기 속에서 피어나는 詩---①

 

 지난주 토요일 우리 회사 00과 허 * * 의 결혼식 때 이야기입니다.

와우! 너무나도 화창한 봄, 쾌청한 날씨!!, 이런 감탄사를 연발한 것은 그날 봄나들이를 하신 분들은 다 아셨겠지만 그렇게 눈부신 봄날은 처음이다 싶었을 정도로 멋진 날이었으니까요.

 허 * * 도 5월의 눈부시고 어여쁜 신부가 되어 마냥 행복한 포스로 결혼식을 이쁘게 치렀습니다. 눈부신 봄날  곱고 아름다운 사랑 만들어가기를 바라며 피로연 장소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뷔페식, 갈등의 원천입니다. 맛있는 게 많아 먼저 눈은 호사롭지만 접시는 작고, 음식 가지 수는 엄청나고, 먹는 량은 한 두 접시로 한정되어있고...

둥그런 식탁에 사장님, 나, 팀장님 몇 명, 직원들 여럿이 둥그런 식탁에 모여 식사를 했습니다.

사장님이 맞은편의 이모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 “이 00! 올해 몇 살인가?”

“마흔입니다.”

“어? 벌써 마흔이라고? ”

“예!”

“그래? 불혹의 나이 구만 허허.. 내 나이 벌써 耳順이니... 내 나이 먹는 건 잊고 남의나이 먹는 것만 생각했구먼!”

이 00과 사장님은 00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였으니 이런 대화가 가능했겠지요.

순간 옆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나는 갑자기 십수 년 전,  내가 불혹의 나이에 읽었던 시가 생각 난 겁니다.

그 자리에서 <불혹 또는 부록>이라는 시를 대충 이야기했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시를 전부 외우지 못하니

오늘 그 시를 찾아서 올립니다.

우리 회사 직원 중에 立志(30세) 근처 이거나, 不惑(40세) 전후이거나, 그보다 훨씬 지난  知天命 (50세) 이상 이거나, 耳順(60세) 이어도 한 번은 천천히 음미해 봄직한 시!!  

<이야기 속에 피어나는 시>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감사합니다.    


 불혹 또는 부록

                      --강윤후(1962~  우송공대 문창과 교수)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 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김현--불혹

*** 답글 ***

 

이 # #  장학사

좋은 글 감사합니다. 과장님~! 부록이란 말도 재미있고....

저는 20대 때 중견이던 40대 아주머니 회사원들을 보면

저 나이에 여자들도 사는 낙이 있으려나, 내가 기어이 저 나이가 되면 어쩌나....

아주 건방진 아니 철없던 생각을 했었던 때가 있었어요.

애를 하나둘 낳아 기르다 보니

어느덧 다다른 40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전 지금 이대로가 좋다고 얘기했어요.

뭘 선택할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도 남편도 집안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혀가던 그 시점이 참 좋았습니다.

다만 우아한 중년이 되고 싶었어요.

- 그것도 00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ㅋㅋ 또 한 가지 곱게 늙어야겠다.

사람도 꽃에 비유한다면 겨울이 오기 전 오래도록 피어있는 가을꽃이었으면 좋겠다.(저의 욕심이겠지요?)

예뻐질 순 없겠고 웃는 얼굴로 남아야겠다.

그거 하나 실천하려 애쓰고 있구요. 공자시대 평균 수명이 아마 50이 채 안 됐을 거예요.

그러니 40대가 되면 불혹이라 했겠으나

제가 되어보니 유혹의 시작이던데요. ㅋㅋ 이제 그도 지나 지천명입니다.

그저 내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고 말해도 순리에 어긋나지 않더라는 이순도 즐겁게 기다려보렵니다.

그 나이에 맞는 또 다른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후회는 또 다른 잘못의 시작일 뿐이다.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하려고 애쓰고 후회하지 않기.

긍정적으로 살기....부록을 본문처럼 살아야겠어요.

좋은 글 또 부탁드립니다.^^     
   

임 ##  장학사

감사합니다. 과장님 호호호

역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차원이 다르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진 * * 주무관

과장님~ 너무 센스 있으세요...멋져요 멋져~^^

저도 내년에 불혹 인대...ㅠ.ㅠ

생의 전환기를 맞아 남은 인생이 부록이 되지 않도록

새로운 뭔가를 계획해 봐야겠어요 ㅎ

과장님 저 시 주세요~

낼모레 수요일에 북 끌림 소식 나가는 날이거든요~

우리 회사 00 과장님의 시라고 하면 반응이 더 뜨거울 거 같아요~~~^^

 

김 0 0 총무팀장

과장님 감사합니다.

월요병에 시달려 청사를 두 바퀴나 돌고 왔는데도 머리가 개운치 않았는데 정신이 번쩍 듭니다.

불혹이 남의나이인가 싶었는데 어느덧 훌쩍 넘어 버렸네요

언제가 생각했을 때 그 나이쯤 되면 본 책의 궤도에서 편안한 안정감으로 인생을 논할 줄 았는데

그 반도 헤아릴 수가 없어 부록을 논하기엔 아직도 먼듯합니다.

과장님 덕에 가끔 뒤돌아볼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번 주도 괜찮은 한 주 보내세요

 

서 ^ ^ 예산팀장

제 어린 학창 시절이 생각나게 하는 시네요.

제 사전에는 불혹이라는 나이가 없을 줄 알았던, 그 객기는 어디로 가 버리고....

지금은 날 바라보는 한 아이가 있어서, 짧고 굵게 삶을 살겠다는 가치관을 뒤로한 채....

지금은 가늘고 길게, 구구팔팔 하게,  살고 싶은 염원을 담아봅니다.  

남은 부록을  열심히 건강하게 살아야겠습니다.

 

권 @ @ 사장

ㅎㅎㅎㅋㅋㅋ 참으로 멋지신 과장님이십니다.

난 이순의 나이지만 지금에 이 나이를 잊고 20년 전 불혹의 나이, 아니 부록으로 멋진 덤의 생을 살고 싶은 충동이 솟구칩니다.

불혹? 부록?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워내는 정말 재미있는 시입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가끔씩 보내주시는 과장님의 글을 보면서

입가의 슬그머니 일어나는 웃음이 연상됩니다.

회사 직원들에게 행복을 주심에 대표로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5시 30분에 체육관에서 뵙겠습니다.

 

정!!.... 과장

과장님! 잘 읽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부록이 이렇게 의미 심장하다니... 새겨서 들었습니다~^^.

 

유 ##  장학사

과장님...저도 예전에 어느 강의에선가 불혹, 부록....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네요....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금 @ @ 2 팀장

좋은 글과 시네요. 마음에 확 와 닿네요.

감사합니다

 

안 @@  장학사

과장님, 저는 별책부록이면 좋겠어요.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잠깐 즐거움을 주는 글귀 감사합니다.^*

 

조 % %  장학사

과장님, 마음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저녁시간, 행복하게 보내셔요~^^

 

강 * * 주무관

과장님^^

오늘 아침 바람은 어제보다는 조금 덜 사나운 것 같습니다.

과장님이 보내주신 시에 대한 감상을 꼭 보내겠다고 말씀드려서 이렇게 몇 자 적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힘들게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불혹이 부록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젊고 안타까운 나이 같아요....

적어도 70세는 되어야 부록이라고 느낄 것 같습니다...ㅎㅎ

과장님께서도 이 좋은 봄날 마음이 혹할 일이 꼭 생기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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