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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도바다 Dec 06. 2016

언젠가는 질 내기--엽편소설

--승부차기로 주말리그를 했다.

언제나 지는 내기

     

 반칠환 (시인 1964~)

     

 소나무는 바늘 쌈지를 한 섬이나 지고 섰지만

 해진 구름 수건 한 장을 다 깁지 못하고

 참나무는 도토리 구슬을 한 가마 쥐고 있지만

 다람쥐와 홀짝 내기에 언제나 진다

     

 눈 어둔 솔 새가 귀 없는 솔잎 바늘에

 명주실 다 꿰도록

 셈 흐린 참나무가 영악한 다람쥐한테

 도토리 한 줌 되찾도록

 결 봄여름 없이 달이 뜬다


     


 


언젠가는 질 내기--엽편소설

     

  24살짜리와, 곱절이 조금 넘는 남자, 둘이서 주말리그를 했다.

축구에서처럼 10번씩의 승부차기(PK)를 하고 만원을 걸었다. 토요일 못하면 일요일에 내기를 했으니까 우리들의 주말리그인 셈이다.

  곱절의 남자는 군대를 막 갔다 온 24살이 미웠다. 복학도 아직 못한 24살이 대학교 봄 축제에 다녀온 후 후배 여자애와 사귄다고 고백한 것까지는 이해가 갔다. 군대도 갔다 왔으니 여자를 사귈 만도 하지.

그렇지 병신은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야 했는데 아, 글쎄 거의 매주 그 여자애 만나러 서울 간다는 거야. 진짜 Fall in Love 됐구나.

거기까지도 이해해야지 했는데 결정적으로 24살을 밉게 만든  것은 핸드폰 요금 때문이었다.

한 번은 청구된 전화요금고지서를 보았더니 몇 천 도수의 통화를 한 거야. 문자도 천 통 가까이 보냈고 그냥 하루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산거나 다름 아니더라고 복학을 준비하며 차분히 책도 읽고 해야 하는데 백수인 주제에 아이고 머리야! 대갈통 굵은 놈 두들겨 팰 수도 없고 속이 상해서 원! 철부지 24살이 영 싫어졌다.

     

  이번에도 주말리그를 했다. 이번 주말리그에는 곱절의 남자가 얄팍한 속셈을 숨기고 있었다.

그동안 용돈을 삭감한 것이 주효했는지 24살의 수중엔 2만 2천 원 밖에 없는데도 월요일에 서울을 또 가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만난 지 2주일이 지났다나! 여자애 관리를 해야 한다나! 관리는 웬 관리! 웃기고 있네!  

곱절의 남자가 내기에 이기고 돈을  뺏어서 서울 못가게 만드는 거야...


  지금까지 5번의 주말리그를 했는데 4 : 1로 곱절의 남자가 승률이 높아 3 만원을 땄다.

이번 주말에는 승부차기를 2번 하기로 제안했지. 곱절의 남자가 요사이 심신이 무척 피로해서 100% 질 것 같다고... 그래서 24살이 이기면 2만 원을 벌 것이고 여자 친구 밥도 한 끼 사 줄 수 있겠다 하며 살살 꼬드겼지.

미심쩍어 망설이다가 겨우 승낙을 받았지. 24살도 다른 때보다 무척 긴장하는 것 같았어.

2만 원을 잃으면 서울을 못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는지 최선을 다해 PK를 찼어.

결과는 두 번 모두 곱절의 남자가 승리했지. 매우 공정한 주말리그였어. 기술도 우위였지만 확실한 심리전의 승리였지. 승리는 언제나 달콤하더라고 손을 부르르 떨면서 2만 원을 건네더군.

24살! 넌 이제 돈이 없어 서울 못 간다. 크크크.....  

     

 풀 죽은 24살, 의기양양한 곱절의 남자, 그러나 그런 상황이 역전된 것은 저녁 식사 후였지.  

자기 방에 쳐 박힌 24살은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거실로 나올 생각을 안 하는 거야.

서울을 못 가게 되어 안달이 나 통사정해야 할 24살은 무던히도 참는 건지 체념한 건지...

곱절의 남자가 더 이상은 못 참겠는 거야. 24살을 불러 2만 원을 돌려줄까 3만 원을 더 보태서 5만 원을 줄까 지금 여러 시간째 고민 중이야.

곱절의 남자도 참을성과 고집은 대단한데, 마음이 착 한 게 탈이지만 아니야!

내일 아침까지 참아야지 참고 견디는 것 그것이 어차피 인생 아니겠어?

아침으로 결정을 미루고 잠을 청하지만 잠은 쉽게 오지 않았고.....

10년이나 20년 후에는 반드시 지고 말 우리들의 주말리그가 욱신욱신 허리를 아프게 조여 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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