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재에서

--나의 안개가 세상을 지우고 있다.

by 백도바다
송창식 윤형주--안개

통리재에서


당신의 바다가 슬픈 음표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삼척에서 태백 가는 관문인 통리재를 넘으면

안개의 도시에 입성하는 것이다

정상에 올라 세월에 쉽게 지고 말았던

바다에게 그리운 안부를 보낸다

잠잠해져라 발목 삔 파도야

바닷길로 탈선한 기차야

바다 속으로 사라진 일출아

살과 뼈 모두 바다에 내주고 바꾼 몇 편의 시

그것이 나의 전 재산이었던 적이 있었다


당신의 산맥이 슬픈 들꽃처럼 사방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바다로부터 시작된 번민은 통리재에서 다시 번민 중이다

수 천 년을 말 없음으로 세상을 가르쳐 온

산맥은 잠든 듯 잠든 듯 불멸이어서 미안하다 사랑아

천지사방의 야생화는 바다에 반사되는 햇빛 같이 처연하다


나의 안개가 슬프게 세상을 지우고 있었다


출렁이며 떠드는 바다에 어구화두 하나 던져 놓고 왔다

정적이 미덕인 산맥에 산문 만들어 그대를 가두고 싶었다

새벽마다 상습적으로 안개가 끼는 이 재는 고독해서 높다

바다와 산과 안개가 재를 넘어 천천히 나에게 스며들었다

백년만의 폭염에도 싸늘한 오한을 느꼈다

안개 속에 숨은 나를 오랫동안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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