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처방전

--흐르는 강마다 같이 흐르는 혼돈의 역사

by 백도바다

https://youtu.be/s8_hzmRkbO0?t=8

슬픈 처방전


손목 위로 흐르는 것이 시간인 줄 아세요?

산을 훌쩍 넘는 비행기는 시간의 힘으로 나는 줄 아세요?

온 천지를 하얗게 덮는 눈을 세월로 착각하면 큰일

강과 함께 흐르는 물고기가 세월을 먹고사나요?

당신, *디오게네스가 말한 것처럼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그렇게 믿는 바보는 아니시겠죠?

사색하며 내리는 눈은 세상을 녹슬게 하고요

시계를 갖지 않은 짐승들이 부러워요

시간이 멈추었을 때 꾸는 총천연색 밀림의 꿈

시간의 얇은 파편들이 쌓여 산이 되고요

흘러서 높은 산은 깊은 골짜기를 거느립니다

흐르는 모든 것의 고통은 유한한 생각들

영원하리라 믿었던 사랑도 세월이 지나면 가끔 먼 우주로 이사 가고

눈 뭉치처럼 딱딱하게 뭉쳐진 사상과 이념도

좌우에서 갈등하다가 천천히

봄눈 녹듯 언젠가는 녹지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아 늘 괴롭게 만드는 건 세월

사랑 빼고 다 잊는 건망증은 흐르는 것들에 대한 슬픈 처방전

흐르는 것들을 정지시킬 수 있는 묘안은 무덤 위에 핀 들꽃

흐르는 강마다 같이 흐르는 혼돈의 역사

그리고, 익명의 세월로 다가서는 바다

**전력을 다해서 시간에 대항하라고요?


* B.C 5세기 그리스의 철학자

** <톨스토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