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앞 신호등은 길다.-2

--누굴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by 백도바다


예술의 전당 앞 신호등은 길다 - 2



예술의 전당 앞 신호등은 길다

큰 우산을 든 가로수에 기대어 비를 피한다

택시는 유턴 할 때마다 여름 꽃을 내려놓고

신호가 지루하게 바뀌면

마을버스에서 쏟아진 울창한 수풀들이

예술의 전당으로 바삐 걸어서 입장한다

어둠이 몰려오면 네온사인으로 밝힌

서초동은 섬처럼 홀로 남고

건널목을 건너던 연인, 갑자기 팔짱을 푼다

예술의 전당 앞 풍경은 급속히 늙어가고

낡은 도시의 소음에 귀를 다친 기다림은 하품을 한다

빗속에서 피우는 담배는 쓸쓸하고

도로에 불던 바람은 빌딩 숲에서 비가 되어 사라진다

택시버스오토바이자전거발걸음바람, 비 잠시 숨을 멈춘다

김선욱 랑랑 임동혁 같은 피아니스트가

젊은 연주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앞 신호등이 길다는 사실

거기서 누굴 기다려 본 사람은 다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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