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어둔 세상 착한 나무들, 유령처럼 촘촘히 길 떠나고 있다.

by 백도바다




폭우


비가 세상을 차츰 지우고 있었다 교차로 사거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술집에서 혼자 마셨다 고독한 어둠과 삶의 두통을 섞어 마시면서 비열한 안개와 슬픈 비는 한 통속이라고 생각했다 폭우가 오늘처럼 내리는 저녁,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는가? 내가 알코올 중독자로 세상의 변방을 떠도는 연유를 그대는 아는가? 어두운 사거리에는 자동차끼리 아프게 입맞춤할 만도 할 텐데 그런 사랑의 장면은 결국 목격하지 못하고 원룸으로 돌아왔다 원룸에는 나의 그림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창문 속으로 축축하게 지워지고 있었다 빗방울이 맺히지 않는 건조한 거미줄에 먹이가 쉽사리 잡힌다는 걸 알고 있지만 축축한 내 영혼을 팽팽하고 홀쭉하게 건조하려면 고독이 폭우처럼 내려야 한다 8월 들어 열흘 중 열사흘 비 내려 여름장사 망쳤지만 초연하고 착하게 웃는 삼척시인 누이를 대견하게 생각하는 밤이다 세상이 힘들게 젖고 있다 폭우 속 어둔 세상 착한 나무들 유령처럼 촘촘하게 길 따라 길 떠나고 있다 비가 몹시 내린다 누군가는 폭우 속에서 고독하게 죽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https://youtu.be/tNfhA0lXy4I?t=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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