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연주로 Canon을 듣던 날

--*덕풍계곡에서

by 백도바다

덕풍계곡에서


가야금 연주로 Canon을 듣던 일요일 오후

Canon의 선율이 이끄는 대로 덕풍계곡에 들었다.

덕풍계곡 입구에 적혀있는 < 9년 흉년 뒤의 곡식 종자는 三豊(삼방, 풍곡, 덕풍)에서 구하고

12년 난리 뒤의 사람 종자는 양백에서 구하라 > 는 토정 이지함의 예언이 지금도 유효한가 궁금하였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는 덕풍, 덕풍을 걸으며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혼자라는 사실, 대낮의 사치스러운 무서움, 뒤통수가 자꾸 시렸고 조금은 외로웠다.

길이 아니면 사람의 자취를 전혀 찾을 수 없는 덕풍에는 바위와 돌을 뛰어넘으며 떠드는 시냇물 소리만 계곡에 가득했다.

겨우내 속으로만 울던 계곡물이 입춘과 우수 지나 제 뽀얀 속살을 드러내며 봄 햇살에 작게 웅성거리는 곳, 토정이 예언한 種子들이 온갖 이름 모를 들꽃 머리에 꽃봉오리로 송골송골 맺혀있고 계곡 물속에는 까불거리는 산천어들이 빨간 종자들을 데리고 노는 곳,

덕 - 풍 - 계 - 곡


가야금 연주로 Canon을 이어폰을 꽂은 채 repeat로 듣던 그 날은 자연을 가장 자연처럼 들었다.


* 덕풍계곡 :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에 위치하고 있는 계곡으로 그 깊이가 14Km나 되는 원시의 신비로 운 계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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