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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완 Sep 21. 2024

교육의 본질

 연세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은 2022년 3월부터 5개월간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회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들의 요구사항은 시급 440원 인상과 샤워실 설치, 퇴직자 발생 시 인원충원 등이었습니다. 시급 4천 원이 아니고 4백 원 인상 요구입니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이 정도는 학교 측에서 수용 가능한 조건이 아닌 가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들의 요구가 과하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슬프지만 우리 사회의 흔한 노동현장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연세대 재학생이 청소노동자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집회임에도 수업권을 침해받았다는 것이 학생의 주장입니다. 학교는 공부를 하는 곳이고 자신은 비싼 등록금을 냈기 때문에 법리적으로 타당한 고발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통해 세상으로 번졌고, 저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가정교육의 부재로 인해 인간성을 상실한 공부 기계의 탄생을 알리는 전조일까요? 아니면 이미 붕괴된 한국 공교육 시스템의 치부를 드러내는 또 다른 예에 불과한 것일까요?

 온, 오프라인 상에서 연대생의 고소를 질타하는 측과 학생의 수업권도 보장되어야 하므로 타당한 소의 제기라는 의견이 충돌하였습니다.

가장 밑바닥에서 학교의 환경미화를 위해 땀 흘리는 노동자들의 시급 440원 인상이 그렇게 부담이 되었을까요? 천정부지로 치솟는 대학 등록금을 생각하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책임을 져야 할 학교 측은 논란의 중심에서 쏙 빠진 모양새입니다. 


 2024년 2월, 연세대 학생이 낸 손해청구소송 1심에서 노동자 측이 승소하였습니다. 한 인간의 일탈을 두고 그 집단전체를 매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청소 노동자를 고소한 이는 연대생이지만, 그 들을 지지하고 도와준 이들 또한 같은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이었습니다.

 재학생들은 청소노동자들을 위해 대자보를 대신 써주고, 학내의 많은 교수들이 그들을 지지했으며, 연대 졸업생 출신의 변호사들이 청소노동자들을 찾아와 주기도 했습니다.

 이 일이 발생한 곳이 학교이기에 교육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교육이 무너진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의 본질을 상실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취업이 용이한 대학 진학과, 연봉이 높은 직업을 구하는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됩니다. 교육의 본질은 아이를 세상과 격리시키고, 고난을 차단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세상을 항해하는 동안 풍파를 넘길 지혜를 스스로 찾게 하고, 모두와 더불어 사는 법을 깨우치게 하는 데 있습니다. 

 교육의 본질이 지켜지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협조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공교육이 무너진 데에는 일부 학부모들에게도 일정 부분 그 책임이 있습니다.  물론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정부차원의 교육시스템 재정비입니다.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분야의 문제는 그 본질이 상실되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의대진학을 희망하고, 심지어 인생의 유일한 정답인 것처럼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도 합니다. 이는 의료의 본질을 망각하고 오도하기 때문입니다. 의료의 본질은 직업인의 부를 위한 지식이 아니라, 건강을 잃은 이를 구원하는 숭고함에 있습니다.   


 세상이 공정하지 못한 이유는 법의 본질이 흐려졌기 때문입니다.

법의 본질은 소수의 강자를 수호하고 다수의 약자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약자는 돌아보고, 의도한 강자를 개도하는 것에 있습니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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