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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터박스 Jul 17. 2020

기억을 기억한다

퓨처 트레이닝:외할머니의 음식(2탄): 국물 닭발

작년에  넷째와 국물 닭발을 먹으러 망원동에 다녀왔다. 한달동안 무려 세군데 닭발 집을 다녀왔었으니 그때 우리 닭발에 꽂혀었나보다. 세번째 닭발집에서 닭발을 먹으면서 외할머니 닭발 이야기를 나눴다.


할머니 닭발은 더 닭발을 푹 고왔던 건가봐.

양념맛은 비슷한거 같기도 한데 후추맛이 좀 덜한거 같아.


외할머니께서는 키가 크셨고 걷기를 축지법을 배운사람처럼 하셨다. 처음 그 모습을 보고 놀래서 실제로 축지법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일 닭고기로 육회를 해서 할아버지 막걸리 안주로 준비해 두셨다.

외할아버지께서는 오전에는 훈장님같다가 오후 늦게가 되면 고주망태 할배가 되어 우릴 못살게 구셨다.


나는 외할머니의 지극정성 닭고기 육회가 싫었다.


이 망할놈의 영감탱이. 밭일 하다가 사라져서 봤더니 또 집에와서 고주망태되어 애들한테 소리나 지르고


라고 하시면서도 닭고기 육회는 늘 준비하셨다.


반대로 외할아버지께서는 술을 안드신 오전이든 술을 드신 오후든 시장에 가게 되면 닭발을 사다 냉장고에 넣어두셨다. 할머니께서는 그 닭발을 잘 손질 후 국물 닭발을 만드셨다.





닭발은 꽤 인내심이 필요한 음식이다

손질도 그렇지만 양념 후 큰 찜통에서 꽤 여러시간 고와진 후에야 작은 냄비에 옮겨져서 상위로 나왔으니까 어지간하면 배웠을텐데 레시피만 기억하고 할 엄두도 내지 못한 음식이다


할머니표 국물닭발은

깨끗한 칼칼함과 단맛이 느껴지는, 국물이 끝이나지 않는 한 숟가락을 내려놓을수 없는 맛이었다.


입맛이 없으실때 닭발을 큰 찜통에 하시고 앉은 자리에서 그걸 다 드시고 난 후 언제 그랬냐는듯 또 축지법 걸음으로 당신의 밭을 일구고 고주망태 영감을 챙기시고 또 외손녀 외손자를 챙기시던 할머니 , 할머니에게 닭발은 삶의 고단함을 치유하던 음식이었고 자신을 놓치 않게 하는 힘의 원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자라서야 그 마음을 헤아려 때는 이미 늦어버렸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할머니 딸인 우리 엄마의 음식을 찾아봐야겠다.

엄마를 일으키는 음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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