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노래 중에 <드라마>라는 곡이 있다.
아마 한번 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마지막에 가사가 가슴에 꼭 박히는데 그것은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 힘을 다해 빛나리' 이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때 이 가사가 이제 전성기가 지난 배우의 각오 같기도 하고 곧 은퇴를 앞두거나 예정인 사람들의 후회가 담긴 가사 같기도 했다. 어쩜 필자 개인의 소회가 투영된 것일 수 도 있다.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오늘 소개할 책이 이 주제와 맥을 같이하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 김수안이라는 저자가 쓴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라는 책이다. 소재는 전설로 불리는 야구선수들이고 저자의 박사 논문이라고 한다.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아래 첫 문장이었다.
'누구나 자기 분야에서 레전드가 되길 바란다'
누구나 임원이 되길 바란다. 사장을 해보고 은퇴하길 원한다. 이런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전설이라! 다른 문장보다 멋있고, 폼 나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생각이지만 누구나 가지고 싶은 키워드 아닌가?
책은 야구 내용이 많아 야구에 어느 정도 이해가 있으면 더 재미 있을 것 같다.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라는 것으로 책이 시작되어, 우선 오랫동안 한 야구를 했던 4명의 야구선수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겪었던 슬럼프를 소개하고 있다.
송진우( 투수, 한화 이글스 21년 선수 생활)
김용수( 투수, LG 트윈스 16년 선수 생활)
김준모 (외야수, 해태 타이거즈 11년 선수 생활, KKK포 중 한 명)
박정태 (2루수, 롯데 자이언츠 13년 선수 생활)
야구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부상'과 '슬럼프'라고 한다. 이 두 단어가 더 무서운 것은 누구도 피해 갈 수 없고, 부상이 슬럼프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흔한 경우라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슬럼프를 극복하지 못한 많은 재능 있는 선수들이 야구를 그만두어야 했고 반대로 슬럼프를 극복한 선수들은 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앞에서 소개한 4명이 전설들이 슬럼프를 극복한 방법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들이 야구선수가 된 배경과 슬럼프를 맞게 된 이유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 롤 모델이 없다 2) 견고한 자존감을 가졌다 3) 슬럼프의 의미를 재 구성한다 4) 위기를 통해 성장한다로 요약할 수 있다.
롤 모델이 없다는 프로 야구 초창기에 활동했던 선수들이라는 특성을 반영된 것이고, 특별히 이들이 거만하거나 다른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과 무관하다.
두 번째 견고한 자존감이란 레전드들은 슬럼프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다른 선수들보다 적었다. 슬럼프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적이었고 회복 탄력성이 좋았다. 4명 공히 슬럼프를 탓하지 않고 무엇이든 하는 모습들을 설명하고 있다.
슬럼프의 의미 재구성은 이들이 안정적인 정서와 회복 탄력성이 높은 점과 관련이 있다. 슬럼프 중에 본인들의 목표와 꿈을 계속 상기시키고 꿈을 실현 시 키 위해 해야 하는 과정들을 되뇌었다.
마지막으로 위기를 통해 성장한다는 이들은 반복되는 슬럼프를 극복한 후에 더 나은 성적과 더 완성된 기량을 보였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슬럼프가 다시 오지 않게 자신을 계속 다그치면서 선수 생활을 해왔다.
교수들의 평균 연구 실적이 급격히 줄어드는 시기는 종신교수로 임명된 직후라고 한다. 야구선수에게 슬럼프가 가장 많이 찾아오는 시기는 FA가 끝난 직후라고 한다. 직업이나 학력에 관계없이, 누구나 목표를 달성하고 느슨해지기 쉽다. 슬럼프 같은 위기의 원인이 심리적 요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런 결과를 보면 야구가 스포츠 경기만은 아닌 것 같다. 인생이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인생은 ‘슬럼프의 연속’이다. 마운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뒤에는 슬럼프를 빠져나오려고 죽을 노력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그림자도 존재하는 것을 알고 야구를 보면 다시 보이게 될 것 같다. 전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끝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기량과 능력의 탁월함이 아니라 슬럼프 같은 고난을 남들과 다르게 헤쳐나가는 모습이 레전드들에게 배워야 할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