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
IMF가 끝난 2-3년후에도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힘들 나날을 보냈고, 심지어 도산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다. 오이 비누로 유명했던 동OO이라는 회사도 그들의 적자가 확대되면서 도산하게 되었다. 그 기사가 신문 경제면에 게재된 날, 팀장은 비누 담당을 불렀다. *
예상대로 팀장님은 오이 비누 카피 제품을 빨리 내라고 업무 지시를 하였다. 차별화고 크리에티브고 필요 없고 소비자가 오이 비누로 오해할 수 도 있게 똑같이 출시하는 것이 제 1일 우선순위라는 당부사항과 함께…
그 당시도 지금도 대기업이었던 전 직장은 비누가 주력인 중소기업의 위기를 이용해 그들의 매출을 가져올 전략을 펼친 것이다. 카피 제품을 만들어서 오이 비누 사용자들의 혼돈을 만들어 결국 우리 매출을 확대하는 의도를 품고 있었다. 그 당시 30대 후반이었던 나는 혼자서 이런 지시를 한 팀장님을 미워했다. “상도라는 것이 있지! 어떻게 넘어진 사람을 밟을 수 있을까?”
비누 BM(Brand Manager)는 오이가 그려진 시안을 들고 마케팅 팀과 디자인 실을 바쁘게 오고 다녔다. 그리고 정말 한 달 만에 제품을 뚝딱 만들었다. 과거 진짜 오이 비누의 자리에 살포시 전시되었다.
에피소드 2
경쟁사가 글로벌 임원을 영입하였다. 이 영입 소식은 다른 소비재 회사들을 긴장시켰다. 어떤 선진, Advanced 비즈니스를 보여줄지 다들 주목하고 있었다. 영업력으로 약한 브랜드들을 끌고 가고 있던 경쟁사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기대와 달리 그 분이 보여준 신공은 전 회사에서 성공했던 제품들의 카피 제품을 우수수 출시하는 것이었다. 어떤 카테고리는 아이디어만 가져왔다고 우길수 있는 수준이었으나 어떤 제품은 소송을 부르는 완벽한 복제품 수준이었다. 신기한 것은 이러한 카피 제품들이 그들의 탄탄한 영업망에 깔리면서 제법 매출을 만들어냈다.
법을 잘 아는 신임 임원은 소송을 피했는지는 몰라도, 후배들에게 상처를 주었다. 카피한 회사의 직원들도 떠난 선배가 가장 먼저 하고 있는 이전 회사의 후배들도
에피소드 3
프리미엄 샴푸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는 과정에서 각 사들이 탑 모델을 내세워 년 40억이상 광고를 집행하던 시절, 국내 회사 중에 한 회사가 로레알의 헤어 브랜드와 유사한 브랜드 이름으로 제품을 출시했다. 물론, 법적 이슈는 사전에 검토했을 것이다.
두 브랜드 모두, 지금도 시장에서 존재하고 있다. 업계사람들도 회의에서 가끔 이 두 브랜드에 대해서 얘기할 때 늘, 꼬이곤 한다. 어떤 브랜드가 원조이고 카피 브랜드인지 뒤 바뀌기도 한다.
필자가 대리, 과장시절에 경험을 회고한 에피소드들이다.
10년이 더 지난 지금, 이 글에 등장하는 회사, 브랜드, 사람들 모두 다 승승장구! 여전히 대기업이고 1등 브랜드이고 큰 회사 회장님이시다. 비즈니스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촌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약해졌을 때 밟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면서 얻는 성공 보다는 아무도 생각 못 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판을 뒤집는 신상품을 출시하자. 그래서 엎어진 판이 새로운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
이런 생각을 해도 어느새 현재 시장에 존재하는 컨셉을 마치 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회의 시간에 우기게 되는 것이 현실인데, 작정하고 남의 아이디어를 탐하는 것은 상도가 아니다.